작년 3월 11일 동일본을 휩쓴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일본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에 방사능의 공포를 안겨줬다. 원전 사고의 고통을 여전히 겪고 있는 일본은 탈 원전을 선언했고 독일과 스페인 등 유럽 각지에서 원전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원전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원전 찬반론으로 대립하면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전력 소비는 해가 갈수록 늘어가는 가운데 대체 에너지가 충분치 않다는 것은 여전히 딜레마다.
일본 정부는 여름철 절전이 시작되는 7월 전까지 재가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노다 총리는 “원전의 재가동은 안전성이 대전제”라며 “원전 입지 자치단체가 동의하면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최종적으로 총리인 내가 책임을 지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해 원전 가동 중단으로 화력발전과 액화천연가스로 연료수입비가 전년대비 3조엔 늘어나면서 31년 만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원전 제로 선언 이후 당장의 선택지는 결국 절전이었다. 지난 18일 일본 정부는 서부 지역의 기업, 가정 등 전기수요처에 전력 사용을 2010년 여름 최대 전력 수요량보다 최소 15% 줄여달라고 호소했다. 다음달 2일부터 9월 7일까지 절전기간으로 지정하고 간사이 전력 관내의 전기수요처에 최소 15% 절전을 촉구했다.
또 도쿄와 도호쿠, 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 대부분 지역에 두 달간 절전 의무를 부과했다. 효과가 크지 않거나 무더운 날씨로 전력사용량이 늘어나면 하루 두 시간씩 전기 공급을 끊는 계획정전도 실시한다. 전기 부족이 예상될 경우 ‘전력수급 경보’를 발령하고 상태 개선을 지켜본다. 또 휴대전화를 이용해 해당 지역주민에게 전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원전 가동 중단에 따라 일본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으로 되면서 아시아 지역의 가스 가격을 올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일본이 원자력 발전 중단으로 인한 전력 부족을 채우기 위해 가스 수입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 유럽, 에너지정책 효율에서 안전으로 =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의 국가들의 에너지 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원전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각국의 에너지 정책의 무게추가 효율에서 안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독일은 2022년까지, 스위스는 2034년까지 원전 폐쇄를 선언했고 벨기에는 지난해 10월 원자로 7기 중 노후한 3기는 2015년까지, 나머지도 2025년까지 폐로 한다고 결정했다. 스위스도 지난해 5월 탈 원전을 선언했다.
선두주자 독일은 이미 2002년 4월 원자력법을 개정해 원자로 신설을 금지하며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추진해왔다. 2010년 또다시 원자력법을 개정해 재생에너지 목표 비율을 30%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탈 원전의 근간에 우리나라와 다른 ‘에너지 수급 여건’ 및 ‘국가 간의 전력계통 연계’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력거래소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시장에 입찰을 통해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사와 급전지시를 하는데 반해, 유럽은 기본적으로 계약기반으로 발전회사가 판매사한테 도매로 얼마로 주기로 했다는 계약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국가별로 전력수급을 책임지는 계통운영자가 하나 또는 그 이상 존재해 수요예측을 하고 수급불균형이 있을 경우 시장에서 예비발전기 계약을 따로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에너지 경제연구원에서 지난해 발표한 ‘독일과 프랑스의 에너지믹스 정책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는 전력교류를 통해 수급균형을 달성하는 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경우 자체적으로 전력공급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를 확대시키는데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원전의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면 석탄 및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량의 증가가 불가피하며 전력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기술개발 촉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 및 민간의 지속적이고 적극적 투자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