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에 구석으로 몰린 정부가 하계 절전대책을 통상 시기보다 한달 앞서 내놨다.
그러나 전력난 해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작년 겨울과 마찬가지로 산업체와 국민에 대한 협조 및 소비절약에 기대는 것이 전부다. 아울러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 여름 예비전력을 500만KW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6월부터 시행할 절전대책으로 300만KW를 확보하고 발전소 예방정비 연기로 200만KW, 민간 자가발전기 가동으로 100만KW의 예비전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산업체와 국민들이 정부의 계획대로 움직여 줄지 의문이다. 일선 공장은 과태료를 물더라도 불가피하게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 피크시간대 전력량의 평균 21%를 차지하는 냉방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에너지소비량이 2000TOE(석유환산톤)를 넘는 대형건물들의 실내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제한키로 한 것도 문제다. 공공기관은 무려 28도 이상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실내온도 26~28도는 올해 들어 예비전력량이 500만KW 이하로 떨어졌던 날의 한낮 온도와 같다. 사실상 찜통더위 속에서 업무를 보라는 것으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도심지 지하상가 등에서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라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발전소 예방정비를 연기해 예비전력을 마련한다는 점도 우려의 대목이다. 정부에서는 예정된 정비를 미루는 것인 만큼 고장 확률이 올라갈 수 있지만, 점검을 연기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을 만한 곳으로 뽑은 것이라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겨울철 풀 가동으로 인해 봄에 당연히 해야 할 예방정비를 미루는데 안전성에 문제가 없겠냐는 지적이다. 일부 발전소가 고장으로 전력송출이 멈추기라도 하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예방정비를 미루지 않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조석 지식경제부 2차관은 지난달 10일 “예방정비를 연기하지 않고서는 여름 수급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