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리마의 성장세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독특한 설립이력 때문이다. 이 회사는 벤처열풍을 타고 우후죽순 생겨난 지문인식 기업들이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쓰러지기 시작한 2000년 5월 창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당시를 고부가가치산업 임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인식 융합기술의 부재로 시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시점으로 기억한다. 때문에 주변에서는 슈프리마의 설립을 두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반짝’하고 마는 또 하나의 ‘벤처’로 치부된 것.
하지만 슈프리마는 출발 자체가 달랐다. 이 회사 이재원 대표는 “2000년 모교인 서울대학교 후배 5명과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창업했다”면서 “기술력이 살길이라고 판단하고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처음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현재 슈프리마는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평균 70%에 이르며 수출주도형 알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SUPREMA’= 슈프리마는 바이오인식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각종 솔루션 및 시스템을 세계 11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슈프리마의 주요 제품은 바이오인식의 핵심부품으로 쓰이는 바이오인식 솔루션, 출입통제와 근태관리용 바이오인식 시스템, 전자여권판독기를 기반으로 한 출입국관리시스템, 경찰청의 범죄자 신원확인에 쓰이는 ID솔루션 등이다.
이 회사가 바이오인식분야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열린 세계지문인식경연대회(Fingerprint Verification Competition, FVC)에서 핵심 알고리즘으로 처음 1위를 차지하면서 부터다. 이후 2006년과 2010년에도 FVC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서 우수한 인증률과 빠른 인증속도, 시스템안정성을 공인받았다.
또한 미국국립기술표준원(NIST)의 지문인식 알고리즘 호환성테스트를 제일 먼저 통과했으며 미국연방수사국(FBI)의 최상등급 국제인증을 획득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신뢰성을 입증 받았다.
페이스스테이션은 기존 제품에 비해 한 단계 진화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얼굴인식 단말기는 포즈, 표정 등 영상의 변화에 취약하다. 또한 주변 조명 환경에 따라 얼굴 인식 성능이 저하되는 등 저변 확대에 걸림돌이 많았다.
슈프리마는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조명의 강약을 자동으로 조절해 환경적인 영향을 더러 받게 했다. 어댑티브 IR조명 기술을 적용한 적외선의 패턴을 이용하기 때문에 야간이나 어두운 실내에서의 얼굴인식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대표는 “페이스스테이션은 완벽히 빛을 차단한 상태에서도 쌍둥이 구별이 가능하다”며 “얼굴인식 단말기의 한계성을 극복해 차세대 출입보인사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사업 고삐…꾸준한 성장동력 확보= 지문인식기술을 대부분 선진국에서 활용된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출입국심사 시 지문 정보를 채취한 것을 시초로 확산됐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인도 등 신흥국가들도 행정시스템 선진화를 위해 지문인식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여기에 힘입어 슈프리마는 지난해 인도의 전자주민증사업, 아프리카 전자투표사업, 중국 공안부 지문등록사업 등 각국의 굵직한 공공사업을 수주했다. 특히 가나의 전자투표 사업에 단일공급 규모로는 최대인 66억원 상당의 지문 라이브스캐너를 수출했으며 이를 계기로 시에라리온, 스와질랜드 등 주변국으로 수출지역을 확대했다.
또한 올 초에는 북미지역 대형 보안유통업체인 ADI와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1분기에만 6억6000만원 어치를 납품하는 등 미국시장 공략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슈프리마는 2010년 미국의 크로스매치가 제기한 지문 라이브스캐너 특허침해 소송으로 현지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美국제무역위원회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 일단락 됐다.
이 대표는 “선진국은 출입국 보안을 강화하고 있고 신흥국은 주민등록사업을 펼치고 있어 바이오인식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라며 “홍채인식이나 서명인식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바이오인식 전 분야의 글로벌 톱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