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야심차게 추진된 ‘자원외교’는 시행기간 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월 터진 CNK인터내셔날의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은석 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가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연루돼 조사를 받는 등 각종 의혹을 남긴 채 끝났다. 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주도한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유전 확보 사업과 관련해 ‘뻥튀기’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자원사업에 대한 비리와 과잉홍보 논란이 잇따르자 정부의 무계획적인 자원외교가 도마위에 올랐다. 고갈되는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전 세계가 외교전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자원외교 전략은 시스템 및 판단 지표 등이 부재한 가운데,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하기보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 각종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박환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역시 “자원 확보는 오랜시간이 걸려 철저한 수행을 통해 해야 하는데 그런 수단 없이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이 문제다”며 “종합적인 기획을 하고 필요한 제도를 만들고 정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데 외교부, 농림부, 지경부에 종합적으로 긴 안목을 제안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균형된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인창 경북대학교 지질학과 교수는 “전문인을 키울 수 있는 전문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는 지원이 자원 공학적으로 집중된 단점이 있다. 탐사, 개발하는 기본은 지질학 베이스가 돼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하류’ 단계에 투자는 충분하지만 ‘상류’단계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상류는 자원의 자원개발(E&P) 단계를 일컫는 말이며 하류는 그 이후 가공, 정제, 정유 등의 단계를 의미한다.
정 연구원은 “업체들의 역할이 잘 정립이 안됐다”며 “그동안 직접적인 개발 등 ‘상류’ 단계 투자를 소홀이 했는데, 자원가격에 상관없이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성과 집착보다 장기 플랜 세워야 = 감사원이 지난달 감사자료를 통해 ‘자주개발률’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사업 평가지표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자원개발 공기업 사장들의 임기가 짧아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이상득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정장선 국회 지식경제위원장과 공동으로 개최한 ‘자원개발투자 활성화 토론회’에서 “최근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다니면서 자원외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는 인적관계라는 것을 느낀다”며 “사업 주기가 긴 해외자원개발사업의 특성에 비해 자원개발공기업 사장의 임기가 너무 짧아 사업의 지속적으로 추진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대부분 자원개발 사업이 장기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연속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공공기관장들의 잦은 교체는 추진동력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석유, 광물, 가스 사장의 임기를 모두 연임시켰다.
전문가들은 정권에 따른 ‘낙하산 인사’ 대신 전문성을 갖추고 장기간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성과에 대한 과잉 홍보보다는 투자에 대한 국민 설득과 사업의 진행과정 홍보를 통해 사장들의 임기 중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유 교수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들은 앞으로 몇 년간의 플랜이 있다”며 “이 같은 플랜에 대해서 기관장들은 그 진행 과정을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막대한 투자에 비해 실적이 금방 나오기 어려운 만큼 꾸준하게 국민을 설득하면서 인적, 물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자원확보를 제대로 하려면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나라들 눈에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잘 만들고 자원 개발할 수 있는 인력들과 기술 등 소프트 적인 측면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며 “이런 것을 키워야 해외자원 성공률도 올라갈 것이고 그러다보면 자주개발률도 올라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