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도 광의(廣意)의 개념으로 본다면 일종의 특허과 같은 것이다. 해당 기업과 개발자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충격적인 점은 적발된 가전유통매장의 대부분은 삼성디지털플라자(삼성전자), LG베스트샵(LG전자), 하이마트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통매장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하이마트의 경우 가전제품을 유통만 한다고 치더라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얘기가 다르다. 양사 모두 세계 유수의 회사들과 경쟁하는 국가대표 글로벌 전자기업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애플과의 특허 소송을 전세계에서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은 양사의 사활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성이 크다.
패소한 기업의 경우 막대한 경영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도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애플과는 서로 맞소송을 제기하는 등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사의 합의 가능성도 점치고 있지만 아직 공방전은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 외에도 코닥이 디지털 이미지 관련 기술특허 침해조사를 신청하면서 소송전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LG전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LG전자는 미국의 월풀, 독의 뿐만 아니라 독일의 오스람과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회사는 굵직한 특허소송에는 제·피소 여부에 상관없이 특허관련 부서와 법무팀, 외부 법무법인 선임 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사용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양사 관계자들은 “본사차원에서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일부 매장에서 본사방침과 무관하게 불법복제 제품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들의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통로가 유통매장이라면 철저한 관리감독 역시 본사의 몫이다.
더욱이 특허·저작권 등 지적재산권 침해범위 확대와 법정 손해배상제도가 신설되는 등 지적재산권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사용에 무감각한 국내 대기업의 행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대기업들이 그들의 브랜드 신뢰도에 기초해 이처럼 지적재산권 보호에 소홀하다면 자사의 이익은 추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내 정보기술산업의 후퇴를 부추기는 꼴밖에 안될 것이다.
BSA 관계자는 “오히려 서울 용산전자상가처럼 영세상인들의 판매점에서 정품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고 말했다. 영세상인보다 못한 대기업이라면 누가 그들의 제품과 브랜드를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