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제작사에 따르면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지 17일이 지난 현재(4월 22일 기준) 3만 달러(한화 약 3400만원)의 모금 목표액 중 절반이 넘는 1만 6550 달러의 모금액을 달성했다. 킥스타터 프로젝트들의 평균 모금액이 1만 달러 이하임을 고려할 때 외국인이 감독하는 순수 외국어 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연출을 맡은 이윤정 감독에 의하면 미국 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호주, 이태리, 페루, 스웨덴, 그리스, 일본 등 전 세계 각국에서 후원금이 도착하고 있다고 한다. ‘똥파리’ ‘무산일기’ 등 영화들이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한국독립영화를 알리는 데 선전하고 있지만 제작비 모금 단계에서부터 해외 관객의 지지를 얻고 있는 영화는 ‘나를 잊지 말아요’가 최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처음부터 장편영화로 확장할 기획으로 영화의 첫 번째 챕터가 되는 25분 분량의 단편을 먼저 완성해 지난해 미장센단편영화제 ‘사랑을 위한 짧은 필름’ 경쟁부문에 선정됐으며 LA아시안퍼시픽 영화제, 뉴욕시 국제영화제, 샌디에고 아시안 영화제 등에서 상영돼 호평을 받았다. 기억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불안과 고독을 필름 느와르의 형식을 빌어 풀어낸 이 단편은 현재 온라인에서 공개돼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전 세계 관객들의 후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이 감독은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alArts: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달콤, 살벌한 연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스크립터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직접 극본을 쓰고 감독한 ‘오 사랑스런 처녀’ ‘텔레비전에, 정말 좋겠네’ 등의 단편영화가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고, 연극 ‘클로저’ 현대무용 ‘침묵하라’ 등의 공연에서 영상 감독으로도 활동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의 시나리오는 이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 쓴 소설을 바탕으로 각색됐으며 여성 감독으로서는 특이하게 고독한 남자 주인공의 내면을 블랙유머를 곁들여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단 한 번도 독립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던 김정태는 ‘전에 해보지 못한 은밀하고 숨겨진 과거 얘기에 끌려 출연료도 받지 않고 ’나를 잊지 말아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를 촬영한 지 2년이 지난 지금에도, 바쁜 스케줄 중에 짬을 내 모금 활동을 독려하는 영상 메시지를 직접 촬영해 보내는 등 누구보다 ‘나를 잊지 말아요’의 장편 제작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감독이 ‘놈놈놈’의 스크립터로 일하며 인연을 맺은 배우 정우성도 ‘나를 잊지 말아요’의 시나리오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모금 활동을 응원하는 동영상 메시지를 보냈고, 김지운 감독 역시 모금 활동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이 감독에게 전달하는 등 충무로의 관심이 뜨겁다.
‘나를 잊지 말아요’의 킥스타터 모금 캠페인은 한국 시각으로 다음 달 9일까지 계속되며 Kickstarter.com에서 Remember O Goddess를 검색하면 후원에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