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에 침입해 가족들을 위협하는 무장 강도들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가장(家長)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건은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200km 정도 떨어진 툴라주(州)의 보고로디츠크시(市)에서 일어났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저녁 권총과 칼, 야구방망이 등으로 무장한 40대 강도 4명이 도시 외곽의 한적한 곳에 사는 아르메니아인 사업가 게감 사르키샨(52)의 집에 침입했다. 당시 집에는 사르키샨과 그의 아내, 큰딸, 7개월~6세 사이의 어린 아들과 손자 4명 등이 있었다.
열린 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온 강도들은 먼저 어른들을 심하게 폭행한 뒤 금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사르키샨이 집에 있던 돈과 금을 갖다줬지만 강도들은 숨겨둔 금품을 더 가져오라며 협박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가족들을 죽여버리겠다며사르키샨과 그의 어린 손자에게 총을 겨누기도 했다.
가족 모두의 안전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큰딸과 아내가 소리를 지르며 강도들의 주의를 끄는 사이 사르키샨이 재빨리 자신을 붙잡고 있던 강도의 손을 뿌리치고 부엌으로 달려가 주방용 칼을 들고 나왔다.
그는 뒤따라 온 강도 1명을 찔러 곧바로 제압하고 뒤이어 달려온 2명에게도 치명상을 입혔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나머지 1명의 강도는 서둘러 도망갔다. 칼에 찔린 3명의 강도는 응급차가 오기 전 모두 현장에서 숨졌다.
사르키샨도 칼에 찔린 상처와 뇌진탕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병원에서 현지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강도들이 어린 아이들과 큰딸, 아내를 마구 때렸다. 범인 중 1명은 권총 총구를 내 입에 밀어 넣고 위협했으며, 7개월된 손자의 머리에 총을 겨누기도 했다”고 위급했던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군대서 배운 칼 다루는 법과 평소 즐기던 사냥이 강도들을 격퇴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하지만 무엇보다 가족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힘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들을 위기에서 구한 사르키샨의 영웅적 얘기가 언론매체들과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툴라주 수사당국이 사업가를 살인 혐의로 형사입건하면서 정방방위 논쟁에 불을 붙였다.
수사당국은 “강도들에게 가해진 자상(刺傷)의 성격을 볼 때 사르키샨의 행동이 정당방위의 선을 넘어섰다는 추정을 가능케한다”며 형사입건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과 네티즌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업가 연맹‘은 사르키샨의 재판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대통령실 산하 어린이 인권 담당관 파벨 아스타호프도 “우리는 집에 침입한 강도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킬 권리가 있다”며 사업가를 두둔하고 나섰다.
현지 라디오 방송은 전문가들과 시청자들을 상대로 사르키샨의 행동에 대한 정당방위 인정 여부를 두고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