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니, 바다가 길을 열어주었다.
나는 그렇게 너에게로 간다.
주말을 맞아 봄을 맞으러 나간 무창포의 바람은 매서웠다. 턱밑까지 찾아온 봄은 북쪽에서 내려온 매서운 바람에 잠시 주춤했다. 사람들로 가득한 봄 바다를 기대했으나 파도가 거친 바다에는 오로지 갈매기만이 갯벌 속 풍부한 먹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매서운 바람도 바다가 열어주는 길을 보려는 사람들의 바램을 무시하지는 못했다. 서서히 물이 빠지기 시작한 무창포해수욕장과 석대도 사이의 1.5km에 이르는 'S'자 모양의 바닷길이 열리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마치 자연이 만들어 놓은 레드카펫과도 같은 그 길을 모두 뽐내듯이 걸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자연 실습장을 찾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갈매기만이 가득하던 그 바다를 가득 채웠다. 학창 시절에 귀에 박히도록 들었던 조수간만의 차를 직접 확인하는 아이들의 눈은 빛났다. 손이 빠른 가족들은 바다가 열어준 천혜의 갯벌에서 조개를 캤다. 조개는 많지 않았지만 바다가 열어준 그 길에서 새로운 생명을 만나는 기쁨은 모든 가족들의 바구니에 가득히 담겼다.
한편 바닷길은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와 위치 변화에 따라 해수면이 높아졌다가 낮아지는 조석현상에 의해 만들어진다. 바닷길은 매월 2~6일 하루에 1~2회, 겨울에는 낮에, 여름에는 주로 밤에 나타난다. 그리고 무창포 홈페이지(www.moochangpo.net)에서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바다가 가장 힘을 쓰는 백중때를 맞춰서 방문하면 바다에 숨겨진 길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