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총재의 독단…위기의 한국은행

입력 2012-02-14 09:50 수정 2012-02-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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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인자 부총재에 외부측근 추천…임직원 강력 반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직원들은 김중수 총재가 취임한 이후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MB정권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 총재가 정부의 성장 정책을 추종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 순응적인 금리 정책으로 일관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보다는 기획재정부의 ‘그린북(경제동향)’을 봐라, 정부의 남대문 출장소에 불과하다란 비아냥을 감내해야 했다.

술자리에서 “정부 견제 역할을 모르쇠하는 김 총재를 비판해 달라”는 한은 직원들의 민원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묵묵히 참았다. 김 총재가 조직 혁신을 꾀하며 긍정적인 행보도 보여준 탓이다.

최근에는 이 둑이 터졌다. 김 총재가 외부인사를 차기 부총재로 점찍은 것이 알려지고 나서다. 그는 김준일 한은 경제연구원장을 청와대에 차기 부총재 1순위로 추천했다.

김 원장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 부과장을 지냈다. KDI 원장을 거친 김 총재와 인연이 깊다. 그는 김 총재가 취임한 해인 지난 2010년 12월 한은에 발을 들였다. 한은 직원들에게 김 원장은 사실상 외부인사나 다름없다.

외부인사가 부총재를 꿰차는 것은 한은 역사상 전례가 없다. 김 총재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 원장이 부총재에 오른다면 한은의 1·2인자 모두 외부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한은 구성원들도 “이번 인사는 한 마디로 ‘쇼킹하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은 직원들이 반발하는 데는 자존심 문제만은 아니다. 한은의 독립성과 결부된다. 총재와 부총재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의 당연직이다.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김 총재는 이 같은 면모를 한은 직원들에게 남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부총재마저 외부인사라니…”라며 한은 직원들은 탄식하고 있다.

집단 반발 조짐도 보인다. 배경태 한은 노조위원장은 “준 정부 인사와 다름없는 인물이 부총재에 오르는 것은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논의 뒤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부총재에 외부인사를 채우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이성태 전 총재 시절 정부는 부총재 자리에는 외부인사를 채우려 했다. 이성태 전 총재가 “기준금리 결정에 정부가 참견해서는 안 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총재는 스스로 외부인사를 선호하면서 이성태 전 총재와는 극명하게 비교되고 있다.

김 총재가 남은 임기 동안 친정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평가도 있다. 정권이 바뀌는 것에 대비한 자기 보완적 인사라는 것이다. 4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재천·장병화·이광준 부총재보 후임에는 강준오 기획국장, 강태수 금융안정분석국장, 김종화 국제국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김 총재가 직접 승진시킨 인물들이다. 김 총재는 이미 정희전 정책기획국장에게 민간 이직을 유도했다. 기존 인물은 내치고 친정 인사로 주변을 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오는 23일 정기 인사발령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국장급의 자리 이동은 크지 않다. 오는 4월 세 명의 부총재보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고위급 인사는 4월에 실시한다는 것이 김 총재의 복심이다.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한은 직원들은 불신의 눈초리로 김 총재의 인사권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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