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 이른바 보수진영이 뭇매를 맞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를 떠올리게 한다며 여당이 강령에서 ‘보수’를 삭제해야 한다는 논란에 휩싸이는 등 보수세력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이 결코 낯선 모습은 아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김대중, 노무현 등 10년간의 진보정권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여러 가지 의혹제기에도 헌정사장 역대 최다 득표차로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켰다. 현재 보수진영이 처해있는 위기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보수세력이 위기를 맞으면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증권사 CEO는 정권의 부침을 심하게 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에 30여개에 달하는 증권사 CEO에 임기가 만료된다. 하지만 차기 대선이 올해 말에 치러질 예정이어서 증권사로서는 어떤 인물을 CEO로 내세울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09년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퇴임했다. 그 자리는 MB 선거캠프의 경제특보를 거친 임기영 사장이 차지했다.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도 MB와 고려대 동문인 황성호 사장으로 교체됐다. 국가가 사실상 최대주주인 위 두 증권사는 정권의 입김이 세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뿐 아니라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MB와 동지상고 동문 사이다. 노치용 KB투자증권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사장 비서로 일하며 MB와 인연을 쌓았다. 여기에는 이왕이면 정권과 연줄이 있는 인물을 사장으로 앉히는 게 유리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제 여의도의 이목은 26일 열리는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금융투자업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정권과 관계없이 업계를 통합할 수 있고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바칠 수 있는 차기회장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