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아랫목에 누워 천년 꿈에 젖는다

입력 2011-11-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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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뜻한 한옥 체험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학인당 본채의 야경 모습.(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이제 제법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집집마다 침대를 사용하는 요즘 도시의 집들은 밖에서 돌아오면 따뜻한 아랫목 경험할 수 있는 겨울을 상상하기 힘들다. 한옥으로 된 집에서 오손도손 모여 한 이불을 덮고 TV를 보거나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어릴적 기억에서나 꺼낼 수 있는 소중한 체험. 이 마저도 요즌 20~30대는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일 터.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이런 소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경주 월암재
◇신라 천년 향기 그득 '경주 월암재' = 경주는 신라의 건국 때부터 멸망 때까지 약 1000년 간 신라의 수도였다. 이렇듯이 한 도시가 1000년 동안이나 한 나라의 수도 역할을 한 것은 역사상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이다.

삼국시대 당시 이 도시의 이름은 ‘서라벌’ 또는 ‘계림’이었다. 고려 태조 18년(935)에 ‘경주’로 개칭되고 고려 성종 때인 987년 ‘동경’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나 고려 현종 때인 1012년 다시 ‘경주’로 부활, 오늘날까지 그 지명이 이어져 오고 있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이와 같은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경주에서 고택 숙박 체험을 하기 좋은 곳으로 월암재, 서악서원, 도봉서당, 종오정, 독락당 등이 있다. 이 고택들은 사단법인 신라문화원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운영, 관리를 맡고 있다.

이중 월암재는 임진왜란 때 부산 첨사로 재직하면서 공을 세웠던 김호 장군의 정자다. 경주시내에서 삼릉 방면으로 가다가 나정으로 방향을 틀어 마을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닿는 일(一)자형 독채다. 벚나무 고목 서너 그루가 출입문 양쪽을 호위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3개의 방과 그 중간에 대청이 놓인 구조인데 여러 팀에게 객실 하나하나씩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독채 전체를 한 팀, 한 가족에게 빌려준다. 객실료는 주중 15만원, 주말 20만원이다. 월암재 주변으로는 나정, 양산재, 오릉, 포석정, 삼릉, 창림사지(최초의 궁궐 터), 그리고 경주 남산이 있다.

▲강릉 선교장
◇연못·정자가 반기는 '강릉 선교장' = 강릉 선교장은 강원도에서만 아니라 이 땅의 전통 한옥 중에서도 원형이 가장 잘 유지된 집이다. 안채, 동별당, 서별당, 열화당, 활래정 등 100여 칸이 넘는 우리나라 최대의 살림집 면모는 그대로다.

집 뒤로 수백 년은 족히 됐음직한 노송들이 우거진 숲을 이루고 긴 행랑 사이로 날아갈 듯 사뿐히 치켜 올린 고옥의 추녀가 집의 역사를 대변해 준다. 집 구석구석 예스러움이 묻어나고, 특별히 치장하지 않아도 집안 내력에서 풍겨나는 향기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선교장은 동별당과 안채가 하나의 주택을 이루며, 사랑채인 열화당은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또 다른 집을 형성한다. 드나드는 문도 각기 다르다. 두 구역 사이는 서별당이 중재를 한다. 서별당은 서재로 활용하며 집안의 아이들을 교육하던 곳이다. 밖에서 보면 궁궐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긴 행랑이 늘어섰다. 안채는 마루가 낮고 마당이 좁은 반면에 사랑채인 열화당은 마루가 높고 마당이 널찍하다. 이는 추운 북쪽 지방의 폐쇄성과 따뜻한 남쪽 지방의 개방성이 복합된 독특한 아이템이라고 한다.

선교장 앞에는 네모난 연못과 활래정이란 소담스런 정자가 자리한다. 연못과 정자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을 제일 먼저 반기고 가장 나중에 배웅을 한다. 연못에 연꽃이 가득할 때 주인은 지기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정을 나눴을 것이다. 옛날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이곳에서 한옥체험자들은 다도를 배우며 정자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안동 옥연정사
◇하회 바라보는 명당 '안동 옥연정사' = 하회마을 나루터에서 부용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이 절벽의 위세에 압도된 나머지 그 자락 한켠, 솔숲 사이에 은거한 가옥 한 채를 쉬이보지 못한다. 등으로 부용의 절벽을 지고 낙동강과 하회를 바라보는 명당중의 명당에 자리한 이 가옥은 옥연정사(玉淵精舍). 조선 선조 때의 충신이자 학자로서의 덕망까지 갖추어 길이 추앙받는 서애 유성룡(1542~1607) 선생이 손수 지은 거처이다.

옥연정사는 집짓기를 시작한지 10년만인 1586년에 완공되었는데, 선생의 종택이 하회마을에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곳은 선생이 독서와 학문, 내방객을 맞이하며 머무르는 공간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명문가가 지은 가옥들에 비해 소박하기 그지없는 것 역시 선생의 성품에 이러한 사연이 더해진 셈이다. 그나마 평소 가까이 지내던 승려 탄홍의 도움을 받아 겨우 완성되었단 사실도 청렴한 선생의 삶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옥연정사는 나루터에서 바라봤을 때 오른쪽부터 대문간채, 안채, 별당채, 사랑채 순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 독립되어 ‘一자형’ 평면을 이루고 있다. 많은 고가옥들이 ‘ㅁ’자의 입체적인 배치를 이루는 것과 달리 벼랑의 지세를 자연스레 이용한 배려가 엿보이는 구조인 것이다. 이들 공간들 가운데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곳은 사랑채인 세심재(洗心齋)와 안채인 원락재(遠樂齋) 등 두 칸에 한한다. 그다지 많은 이들이 머물 규모는 아니지만 이들은 모두 저마다 귀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전주 학인당
◇4000명이 집짓기 공들인 '전주 학인당' = 전주한옥마을 안에 수많은 한옥들이 있지만 이곳을 대표하는 집은 근대 상류가옥인 학인당이다. 이 집은 인재(忍齊) 백낙중이 1908년에 지었다. 건축에 사용된 나무들은 모두 압록강, 오대산 등지에서 가져왔고 동원된 도편수와 목공 등 인부의 수만도 4000명이 넘었다. 건축기간도 2년 6개월이나 걸렸으니 집을 짓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을 터이다. 게다가 이 집의 본채(전라북도민속자료 제8호)는 특이한 구조를 가졌다. 구한말 왕정이 붕괴되면서 궁중건축양식을 도입했고, 실내공연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천장을 2층 높이로 만들었다.

건물 안쪽의 모든 문을 옆으로 접어 열거나 들어 올릴 수 있어 용도에 따라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재밌다. 덕분에 전주 최초의 공연장으로 사용되었으며 실제로 이곳에서 명창들의 공연이 자주 열렸다고 한다.

학인당에는 볼거리도 많다. 솟을 대문에 걸린 효자문과 본채 앞 정원에 있는 딴샘이다. 효자문은 고종임금이 3대를 이어 효행을 실천한 백낙중에게 벼슬을 내린 것을 기억하고자 그의 사후에 후손들이 세운 것이다. ‘효자(孝子) 승훈랑(承訓郎) 영릉참봉(英陵參奉) 수원(水原) 백낙중지려(白樂中之閭)’라 쓰인 현판의 내용이 이를 알 수 있게 한다.

학인당에는 본채 이외에 별당채와 사랑채가 있다.두 건물은 여행자가 숙박할 수 있는 객실로 구성되었다. 객실은 단독 화장실을 갖춘 것이 대부분이지만 장작불을 때는 구들방에는 화장실이 있는 것이 좋지 않아 실내화장실을 만들지 않았다. 야외에 샤워장과 화장실을 만들어놓아 사용하기에 불편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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