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자유무역협정(FTA) 붐을 계기로 경제 영토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따돌리고 일본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주도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패권을 둘러싼 미중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13일(현지시간) 일본의 TPP 협상 참여 선언을 계기로 미중이 아시아의 경제 패권을 놓고 격렬한 경쟁을 시작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아시아 지역의 경제 통상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충돌의 장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국은 무역 및 환율 문제를 비롯해 사사건건 날을 세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 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위안화가 불공정하게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에 규칙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미국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경쟁우위에 있는 지적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규칙 위반에 대해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후진타오 주석도 강력하게 맞받아쳤다.
후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에 앞선 연설에서 “세계 경제운영의 새로운 방식은 세계 경제 구도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며 신흥 강대국인 자국의 위상에 맞게 영향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은 TPP에서 배제된 데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의 위젠화 상무부 차관보는 “중국은 어떤 나라로부터도 TPP에 초대받지 못했다”면서 “아시아 지역의 경제통합은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TPP의 폐쇄성을 비판한 것으로, 자국을 따돌린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일각에선 해석했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TPP는 폐쇄적 클럽이 아닌, 관심 있는 모든 나라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면서 “초대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미국과 일본은 TPP로 관련국과의 경제 동맹을 강화해 아태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도 TPP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