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복인가 재앙인가] (18)-2 짝퉁산업, 복제 넘어 문화로

입력 2011-10-27 10:00 수정 2011-11-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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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인가, 축복인가…짝퉁산업

중국 경제의 곳곳에 스며든 짝퉁산업은 ‘산자이(山寨, 산채)’라는 문화로 자리잡았다.

원래 산자이는 ‘산적들의 소굴’을 뜻하지만 현재는 모조품 또는 복제품이 중국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된 사회적·문화적 현상을 말한다.

산자이는 2003년 중국 남부의 광저우와 선전 등지의 소규모 공장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의 휴대전화를 복제해 생산한 이른바 ‘산자이 핸드폰’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창기에는 외형만 복제하다가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원래 제품에는 없는 새로운 기능을 첨가함으로써 재창조의 성격을 띠게 됐다.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다른 제품들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산자이는 ‘합법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브랜드’를 뜻하게 됐고, 2008년에는 중국 관영 TV 방송인 중앙전시대에까지 소개됐다.

산자이 제품은 PC, TV, 자동차 등 산업 제품은 물론 광고·인터넷검색사이트·연예오락 분야에서까지 통용되고 있다.

산자이가 이처럼 확산된 데는 중국의 ‘꽌시’ 문화가 크게 작용했다.

꽌시는 우리말의 ‘관계(關係)’를 중국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영역과 능력을 표현하는 것으로, 일종의 허영심과 체면치레를 조장하는 문화다.

예를 들어 중국은 서방 세계에 비해 첨단 문명에서 뒤처져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육성할 수는 없지만 체면치레 또한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고가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누리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다.

기업들은 이처럼 허영심에 부푼 소비자들을 겨냥해 이른바 짝퉁을 만들어 유통시켜 거액의 이익을 챙기면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두 ‘윈윈’하는 구조가 형성됐고 이것이 산자이로 발전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6년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지적재산권 보호 포럼’에서 짝퉁 단속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이른바 ‘상하이 선언’으로, 중국 정부는 지적재산권 침해와 관련된 국제적 수사 정보를 교환하고, 국가를 넘나드는 지적재산권 관련 범죄조직에 대한 수사에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산자이는 하나의 문화이자 산업인만큼 무턱대고 단속 수위를 강화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서방 세계는 이에 대해 지적재산권에 저촉되는 표절·위조·가짜에 지나지 않는다며 법률과 행정규제를 통해 강력히 제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옹호론자들은 주류문화를 풍자하는 새로운 문화현상이자 거대기업의 독점에 저항하는 서민의 권리라며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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