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만 베이비부머 세대들 중 1955년생은 현재 55세로 정년을 맞고 있다. 도시를 떠나 조용한 곳에 터를 잡아 해외 여행도 다니면서 풍족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이들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는 통상 1955년부터 1963년에 출생한 이들을 말한다.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이들 세대가 향후 10년 동안 은퇴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현재 베이비부머 세대는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베이비부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23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363만원에 비해 60만원 많다. 베이비부머의 연령층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대신 소비 지출도 많다. 베이비부머 가구의 월평균 지출은 290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228만보다 62만원 가량 많다. 특히 고등학생 자녀의 사교육비 지출이 월 53만원, 대학생 자녀 사교육비가 40만원으로 자녀 교육비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가 그동안 일생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은 모두 집 한 채에 담겨 있다.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8.8%다. 금융자산 비중은 21.2%에 불과하다. 최근처럼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 현상을 보이게 되면 자연히 이들 노후 생활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게다가 빚을 내서 큰 집을 장만하다보니 이들의 부채가 전체 가구 평균보다 20~30% 가량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결국 베이비부머 세대의 유일한 노후 대책은 주택인 셈이다. 연금 등을 통한 노후 대비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모두 합한 전체 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42.1%에 불과하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 수준 5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59%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현재 55세인 베이비부머가 5년 뒤에 받게 되는 연금소득이 연 1177만원 수준인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초 생활비와 의료비 지출액 1817만원보다 640만원이나 부족한 금액이다.
문제는 정작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막연하게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노후 대비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메트라이프생명과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공동 연구에서 베이비부머 세대는 은퇴 이후 월 211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로 은퇴 이후를 대비한 저축이나 투자액은 월 17만원에 그쳤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은퇴를 준비하는 추세가 이미 자리 잡았다.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7585만명을 지칭한다. 전체 인구의 25%를 넘는 숫자다. 미국 베이비부머는 평균 80만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할 정도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 중 60%가 주식 투자를 통해 은퇴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47년에서 1949년에 태어난 664만명을 단카이(團塊,덩어리) 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전체의 13%에 육박한다. 일본 정부도 60세 정년 의무화를 규정한 고령자고용안정법 등을 통해 이들의 은퇴 후 재취업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