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욱 전 사장에 대한 청부 폭행혐의로 경찰에 출두했던 이윤재 피죤 회장이 자신의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한 것 같습니다. 지난 5일 경찰 조사에서 이 회장은 이 전 사장이 소송과 언론 제보 등을 통해 회사에 해를 끼쳐 회사 임원에게 겁을 좀 주든지 무슨 방법을 강구해보라고 지시했다 합니다. 결국 3억원의 돈이 조직폭력배에게 전달됐고, 그들은 이 전 사장을 심야에 폭행한 후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 조사가 더 진행돼 봐야 하겠지만 이 회장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섬유유연제의 대명사 피죤은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30년간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피죤이 올해 원재료 값 상승과 경쟁사의 마케팅에 밀려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고 2위 자리도 지키기 힘들어 보입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LG생활건강 샤프란은 지난 7~8월 시장점유율 43.5%를 기록했고, 피죤은 27.1%까지 추락했습니다. 1~2월 피죤은 35.8%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3위였던 쉐리는 올해 1~2월까지만 해도 14.2%를 기록하다 최근 19% 대로 껑충 뛰어오르면 피죤과의 격차를 더욱 줄였습니다.
피죤은 30년 넘게 주부들의 사랑을 받아온 빅브랜드 입니다. 브랜드 가치로만 따져도 생활용품 부문에서 피죤은 최상위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시장의 감시를 덜 받는 중견 기업 오너의 독단적인 경영의 말로가 구속과 실형으로 이어진다면 피죤의 점유율은 더 떨어질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피죤 매각설은 올 상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한 언론인터뷰에서 “과거에도 여러 외국기업에서 수차례 매각 제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팔생각은 해본적이 없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현재 피죤은 이회장의 딸인 이주연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독단과 폭행이 불러온 현재의 위기상황을 오너 일가가 다시 수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매각으로 이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