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몸집 불리기' 아닌 '안정·수익성' 동시 추구

입력 2011-06-08 11:04 수정 2011-06-0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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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메가뱅크]①대형화의 허와 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금융권 안팎에선 ‘메가뱅크’ 논란이 다시 불고 있다. 특히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논란을 보면 단지 메가뱅크 찬반논쟁만 있을 뿐 메가뱅크 등 글로벌 금융재편이 어떻게 이뤄졌고 그 속에서 국내 은행들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이에 본지는 글로벌 금융재편이 어떻게 변화해 왔고 그 속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기획기사를 10회에 걸쳐 준비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 은행들의 대형화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도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은행 대형화 논의가 3년 만에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은행 대형화 등 글로벌 금융시장 재편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띄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큰 놈만 살아남는다’는 메가뱅크(Mega Bnak) 열풍이 강했다면, 금융위기 이후엔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미국과 유럽 은행권 내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형화가 진행된 것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위기로 인해 부실이 심했던 은행들은 망했고 건전성이 좋아 부실을 인수했던 은행은 대형화해 성공했다”면서 “승자그룹은 위기를 적극 활용, 글로벌 금융재편 과정에서 선두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쟁구도 ‘변화’=결국 금융위기 전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형화(메가뱅크)’는 여전히 화두였지만 내용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는 금융위기로 △과도한 자산 유동화를 통한 리스크 이전 △‘고위험-고수익’모델의 한계 등 그동안 시장에서 대형화를 주도했던 투자은행들의 문제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은행간 경쟁 방식도 변화했다. 주요 글로벌 은행들은 대형화와 더불어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사업영역 또는 시장 측면의 다각화 전략을 보다 강화하는 양상을 띄기 시작했다. 예컨대 영역별 고른 인수합병(M&A)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수익구조 다각화를 추구하는 한편 선진국 내에서 거점을 확대하고 신흥국에서의 성장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로 인해 유럽, 아시아 등 지역별 대형 은행들의 경쟁지위는 더욱 강화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새로운 금융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성장기반을 마련한 금융사들은 더욱 더 지역별 약진을 준비할 수 있었다”면서 “JP모건체이스과 월스파고 등은 북미지역에서 순위가 각각 2단계 올랐고 도이치뱅크는 유럽지역에서 4단계 상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대형 은행들이 또 다른 대형 은행들을 인수하게 되면서 소기업 대출부터 모기지까지 모든 은행영업 부문을 장악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모간체이스, 웰스파고의 미국 예금 점유율은 33%로 지난 2007년 21%에서 크게 늘어났다. 이같은 예금 점유율 증가 속도는 역사적으로 가장 빠른 수준으로 각각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과 워싱턴뮤추얼, 와코비아를 인수한 힘이 컸다.

이들 3개 메가뱅크의 지난 1분기 주택 모기지 점유율은 57%에 달하며 지난 2008년의 두 배를 넘어섰고 이들 은행들의 통합자산 규모 역시 나머지 46개 대형은행의 두배에 가까울 정도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에 대한 노출과 충격이 적었던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주요 은행들은 북미와 유럽은행들의 구조재편을 계기로 해외진출 기반 마련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다. 중국 ICBC는 중국 및 홍콩 중심으로 규모 확대 후 동아시아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최근 금융위기 이후에는 미국과 선진국으로도 진출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호주의 ANZ은행도 호주, 뉴질랜드, 아시아태평양 중심의 초지역은행(super regional bank)를 목표로 최근 아시아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금융위기 이전 ‘메가뱅크’ 열풍=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그룹간 M&A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성장세 둔화와 증권업계와 서비스경쟁, 비용증대 등에 따른 경영위기에 직면해 M&A를 통한 구조조정으로 대처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은행의 합병은 초기에 지역은행 간 합병 또 지방은행 간 동등 합병형태에 국한됐으나 점진적으로 대형은행에 의한 지역은행 흡수와 대형은행간 합병으로 진전되면서 확산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은행이 개입된 M&A 건수는 4334건에 달하며 거래규모는 거의 1100조원에 육박했다. 2001년 9.11사태 전후를 제외하고 매년 200조원 규모의 딜이 시장에서 거래돼왔다. 대표적인 살례로는 JP모건체이스와 뱅크원(Bank One), BoA와 플리트보스턴(Fleet Boston), BSCH와 소버린은행(Sovereign Bank), 미쓰비시도쿄와 UFJ 등을 들 수 있다.

당시 은행들이 M&A에 목숨을 거는 까닭은 단순하다. 주가를 올리고 새로운 성장엔진을 마련하는 데 M&A만큼 좋은 매개체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상위 은행들이 M&A같은 외적 성장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이른 점을 고려할 때 공감되는 측면도 있다. M&A는 성장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던 것이다.

당시의 글로벌 트렌드는 1980년대 은행 M&A 시장과는 또 달랐다. 1980년대의 M&A는 은행의 주간영업(inter-state banking)이 허용되지 않던 비효율적 규제체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는 목적에서 주로 미국계 은행들에 의해 주도됐다. 또 M&A를 인원감축이나 임금조정 등의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비용측면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많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1990년대부터 금융위기 이전까지의 M&A는 비용을 줄이기보다는 수익측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면서 “금융그룹간 합병도 늘어나고 은행과 비은행간 결합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은행간의 합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합병이 성공적인 경영성과를 보장하지 못하는 적지 않은 사례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참여하지 못한 은행은 경영 위기감을 갖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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