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내에서 특허권 확보를 위한 투자와 인력 양성 경쟁이 뜨겁다.
삼성 LG는 최근 특허 인력 채용 및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애플은 특허권을 다수 보유한 기업을 인수했다.
일부 기업은 풍부해진 특허 자산으로 자기 식구 챙기기에 사용한다. 삼성그룹은 협력사에 자사의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애플은 특허 괴물에 맞서 자사 제품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개발자 보호에 나섰다.
◇삼성·LG 특허 인재 충원...애플, 특허 괴물처럼
LG전자는 지난 25일 현재 200여 명 수준의 특허 전문인력을 2013년까지 30% 이상 늘려 특허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충원예정 인력은 변호사·변리사·기술전문가 등 전문가를 50% 이상 확보할 예정이다. 충원 분야는 특허개발·라이센싱·분석·전략기획·상표 및 디자인 등이다.
기존 특허센터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LG전자는 △카이스트·서울대학교 등 국내 특허전문대학원 파견 △미국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대학 등 해외 로스쿨 연수 △해외 특허전문 로펌 파견 등 외부 프로그램으로 특허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지적 재산(IP, Intellectual Property) 스쿨’·‘특허실무연구회’·‘지적재산 칼리지’등 사내 교육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한다.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의 지적재산권(IP) 조직을 통합해 IP센터를 설립했다. IP센터장에는 미국 특허 변호사 출신인
안승호 부사장을 임명했다. IP센터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대표이사)의 직속기구로 편입됐다.
이달 들어 삼성은 지식재산권 분야 전문가인 조준형 변호사를 최지성 부회장 보좌역(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조 부사장은 특허·실용신안·디자인 등 지식재산권 분쟁을 전문으로 다루는 리인터내셔털 특허법률사무소 출신이다
설립 당시 250명이던 삼성 IP센터 인력은 현재 약 450명으로 늘었고 특허전문 변호사가 10명이다.
구체적인 규모가 알려지진 않았지만 애플은 브루스 스웰 수석부사장을 비롯해 국제 특허 소송 전문 인력들을 고용하고 있다. 스웰 수석부사장은 2009년까지 미국·유럽·한국 등 지역에서 인텔의 반독점 소송과 특서소송을 맡아온 법무 전문가다.
애플은 잇따른 특허권 피소에 대응하기 위해 특허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노벨(Novell)의 특허 800여건을 사들였다. 최근에는 모토로라에서 분사한 프리스케일의 특허 200개 이상을 구매할 예정이다. 이 특허들은 제품 개발과 특허소송 방어용이다. 애플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특허괴물처럼 특허를 사들인 셈이다.
업계관계자는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앱스토어 등에 잇따라 특허권 피소를 당하고 있다”며 “프리스케일에서 인수한 특허는 최근 노키아와 소송에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력사·관계인에 특허 개방해 상생 노력
특허괴물들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특허 인력을 확충하고 특허권 확보하는 데 투자 여력이 크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은 대응 여력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이 와중에 삼성이 지난 4월 특허권을 협력사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허용 대상은 삼성의 1차·2차 협력사 5208사와 앞으로 삼성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협력사다.
앞으로 삼성에 납품할 부품이나 소재를 개발하는 협력사는 그 제품에 필요한 특허를 요청하면 삼성은 이를 검토해 무상으로 제공한다.
삼성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국내 5795건·미국 3만6674건 등 총 10만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삼성전기·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삼성코닝정밀소재·삼성SDS·삼성중공업·삼성테크윈 등 특허 공유 협약을 맺은 9개 계열사도 포함하면 협력사들 특허를 사용할 기회는 넓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모 협력사에서 삼성전자의 특허를 사용한 일이 확인 됐다”며 “영업비밀로 기업의 실명을 거론하기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삼성의 특허를 사용한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애플은 앱 개발자들에게 특허 사용료를 요구한 특허 괴물 로드시스에 위협과 협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애플과 로드시스는 특허 라이센스 계약을 했고, 애플 측은 계약 당시 관련 특허를 협력업체와 고객들과 공유할 수 있다고 명시해 로드시스의 특허 침해 주장이 근거 없다는 입장이다.
한 특허 전문가는 “삼성이나 LG 같은 기업은 해외에 협력사들과 동반 진출하는 경우도 많아 협력사들이 대기업의 특허를 필요하기도 한다”며 “특허 판매·특허 교차 사용 계약 등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 하청업체들에게 특허를 개방하는 일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특허를 최빈국과 개도국의 사회 발전에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와 특허청은 올해 초 최빈국과 개도국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지적재산 나눔사업을 수행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맑은 물을 구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주민들을 위한 빨대형식의 휴대용 정수기나 가난한 농부들을 위한 발로 동력을 만들어 내는 관개용 페달 펌프 등이 적정기술의 대표적인 예다.
특허청은 약 1억5000만건에 이르는 특허데이터에사 정보검색지원과 해당국가와의 정부간 협력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2만3000여명에 이르는 사내 R&D 인력으로 기술 개발과 개도국 현지의 해외법인에서 발굴된 기술을 활용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