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파동’이 끝났다.
4일 정부는 시중 유통 중인 우유에 포르말린(포름알데히드 수용액) 유해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매일유업이 정부 권고에도 불구하고 포르말린이 섞인 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 발언이 문제가 된지 6일 만이다.
유업계는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이번 일로 입은 매출 피해와 브랜드 손실이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매일유업은이번 포르말린 사태로 매출이 20% 이상 급감했다. 장기적인 브랜드 손실까지 포함하면 피해규모는 수백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는“우유제품에 대한 포름알데히드 모니터링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아갈 방침”이라고 할 뿐 성급한 위해성 논란 발표로 인한 업체들의 피해 보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업계는 안그래도 구제역으로 힘들었는데 정부가 앞장서서 업체 죽이기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업계를 다 죽여놓고 이제와서 문제없었다고 하면 끝이냐”며“이건 깡패보다도 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외적 수출 이미지에 큰 데미지를 입었다”며“이번에 입은 국가적인 손실은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다”고 말했다. 정부가 앞장서서 국가적인 피해를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하나같이 정부에 피해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A업체 관계자는 “정부에 피해 보상이라니요? 감히 말 이나 꺼내겠냐”라며 “억울하지만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묻지 마 발표’로 인한 식품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9년 당시 1등 기업였던 삼양식품은 “공업용 쇠기름으로 라면을 튀겼다”는 검찰 발표로 3개월간 공장 문을 닫았다. 8년간의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한번 등돌린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그 이후 정부로부터 그 어떤 보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의 우지파동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중금속 낙지 머리 파동’으로 낙지 어민과 수산시장 상인들은 큰 피해를 봤지만 정부 차원의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단지 ‘낙지 머리 파동’을 일으킨 오세훈 서울 시장이 찌푸린 얼굴로 ‘낙지 머리’를 먹는 쇼맨십만이 존재했다.
업계는 식품 위해성 발표에 정부가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안전성에 대해 정확한 분석 없이 일단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정부에 진저리가 난다”며 “정부 낙인에 업체들이 피해를 보면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