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엘리 기자의 게임이야기]게임 셧다운제 10월부터…업계 ‘혼란’

입력 2011-04-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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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확인’ 서버 구축에 관리비용 늘어 ‘울상’

▲사진은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2010' 현장사진.(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PC온라인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이르면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셧다운제가 도입되면 게임 업체들은 한동안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될 전망이다.

먼저 국내에서 자신이 개발한 게임을 판매하기 위해선 사전에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의 연령 등급을 받아야 한다. 만약 전체이용가 등급을 받아 16세 미만인 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다는 결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이미 등급이 부여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려면 게임 업체들은 접속자 확인 프로그램을 갖춰야 하는 것. 이때 ‘연령 확인’을 위해 별도 서버를 구축해야한다.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명분’을 획득하게 되고 어떻게든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정교해 질 것이므로 만약 규제를 회피하는 이용자들에 대한 관리 의무가 게임사에게 추가적으로 부여될 경우 운영 및 관리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대된다. 중소 게임기업의 경우 경영 부담을 초래, 게임 산업의 구조적 불안정성은 심화될 수 있다.

인증프로그램을 갖췄다고 해도 끝이 아니며 법정대리인이 자녀의 게임 이용 가능요일 및 시간대를 설정해 게임 이용 제한을 요청하면 게임사가 이에 응할 수 있다. 설정 시간에만 자녀의 게임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정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는 이미 5개사 77개 게임에 대해 시행 중이다.

게임사들의 고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셧다운제가 도입되면 게임사들이 판매 중인 7일, 30일 등 ‘기간제 아이템’ 자체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면 7일 기간제 아이템의 가격은 24시간을 기준으로 총 148시간 이용할 경우에 책정된 가격이다. 하지만 심야시간 게임 이용이 제한되면 아이템의 가격 조정 혹은 재설계가 불가피해지게 되는 것이다.

게임 업체 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혼란 역시 만만치 않다. 폭력적 성향의 게임 과몰입은 게임 그 자체가 아닌 가족, 학교, 사회의 방치와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불안한 주변 환경에 처해 있는 청소년들에게 게임을 ‘셧다운’시키면 부모의 아이디를 도용해 다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다면 콘솔 게임을 하거나 다른 불미스러운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청소년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미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한국을 앞지른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중국게임 업체들의 잠재력으로 볼 때 조만간 한국시장을 잠식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게임 과몰입 이슈와 관련해 중국도 자율규제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비문화적, 비산업적인 셧다운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콘텐츠산업 동향과 분석’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될 경우 해외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 수입게임물의 기준이 15세 이용가 등급으로 돼 있어 18세 이용가 게임은 수입이 불가능하다.

자국 게임의 진흥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중국이 셧다운제를 이유로 한국 게임에 대한 대대적인 수입제한 조치를 추진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수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라고 부추기는 것 같다”면서 “상당한 혼란을 겪다가 극단적으로 문을 닫는 업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게임이 교육에 사용되고 대학 게임 학과에서 관련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나라에서 게임을 강제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지나친 모순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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