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후보는 ‘한나라당 사람’임을 최대한 부각하기 위해 50여명에 이르는 의원부대(?)를 이끌고 첫 유세에 나섰다. 반면 손 후보는 ‘민주당’을 내리고 ‘손학규 브랜드’로 승부를 건 듯 시종일관 나홀로 행보를 이어나갔다. 50대 1의 싸움이 펼쳐진 분당 현장을 찾았다.
◇‘세 과시’ 姜= “내가 한나라당의 적자이고 뿌리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내 사랑 한나라당입니다.” 강재섭 후보는 출정식 연설 내내 목에 핏대를 세웠다. 4.27 재보궐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이날 오후 12시 정자역 광장. 전국에서 모인 당원 및 주민 1000여명의 박수가 터졌다. “강재섭, 강재섭”을 연호하는 소리도 들렸다.
이날 출정식은 분당이 여당 텃밭이라는 ‘세 과시’ 성격이 짙었다. 의원 50여명이 총출동했다. 선글라스를 쓴 채 빨간 셔츠 차림으로 등장한 홍준표 최고위원은 ‘홍도야 우지마라’ 를 열창했다. 그는 찬조연설에서 “(강 후보) 공천을 반대했던 내가 오늘 ‘쌩쇼’를 한 건 분당은 한나라당이 거저먹는 선거구라 대표까지 지낸 인물이 좀 더 어려운 선거구에 나왔으면 했던 바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노인층 공략 = 강 후보는 이날 보수표밭 다지기에 정성을 들였다. 오전 10시에 대한노인회 분당지회, 오후 3시엔 아파트단지 안 노인정에 들렀다. 대한노인회는 벌써 두 번째 방문이다.
이수진 상임부지회장은 “선거운동 첫날 방문해주신 데 대해 1800여명 회원을 대표해 감사드린다. 당선되길 간절히 빈다”고 말했다. 강 후보의 표정이 밝아지며 “어르신들이 잘 생활하실 수 있도록 잘 모시겠다”고 답했다.
보수층의 굳건한 지지를 받는 강 후보도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이날 오전, 미금역 사거리 버스정류장에서 그의 출근 인사를 받은 20~30대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무표정했다. 건성으로 악수하거나 아예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강 후보도 “안녕하세요” 정도의 짧은 인사만 건넸다.
◇‘나홀로’ 孫= 같은 날 오전 7시, 강 후보와 50m 간격을 두고 횡단보도 앞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한 젊은 여성이 바삐 지나치자 함께 뛰었다. 기어이 그를 세워 악수를 한 손 후보의 인사말은 “잘 부탁합니다. 손학규입니다”였다. 그를 알아보고 운전 도중 차를 세운 젊은이도 있었다.
손 후보는 만나는 유권자들마다 “손학규입니다”라며 두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당명 대신 자신의 이름 석 자로 분당 선거에 승부를 건 셈이다. 흥을 돋우던 2.30대 선거운동원들은 청바지에 ‘기호2 손학규’라는 문구만 크게 새겨진 흰 셔츠 차림이었다. 현수막도 민주당 상징인 초록색이 아닌 흰색과 빨간색을 사용했다. 현장에 있던 참모는 “분당 지역 정당지지율이 20(민주당) 대 50(한나라당)이다. (당색을 지우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전했다. 지원을 온 의원은 4명 뿐이었다.
◇젊은층 교감 = 손 후보의 이날 동선은 젊은층 표심을 향했다. 오전 10시30분 구미동에 위치한 게임업체 네오위즈에 방문한 손 후보에게 최관호 사장은 “트위터는 자주하시죠?”라고 대화를 텄다.
회사소개를 받는 자리에서 손 후보는 수첩을 꺼내 메모하고, 질문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 사장이 ‘버블게임’을 권하자 그는 “여기서 내 실력이 다 뽀록(들통) 나겠는걸”이라고 농담을 하며 흔쾌히 모니터 앞에 앉았다. 직원들과의 티타임에서는 “아이패드로 뉴스를 본다”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오후 12시쯤 정자동 NHN 앞에 손 후보가 나타나자 회사원들은 “트위터에 올리겠다”며 그와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