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상처를 입었다. 민주당의 양보라는 실리를 이끌어냈지만 정작 계승하겠다던 노무현정신은 놓아버렸다. 그것도 노무현 성지로 평가받는 김해에서다. 그는 원내정당 진입이란 절대과제를 위해 민주당과의 야권단일후보 협상과정에서 아집만을 보여줬고, 이는 우군이었던 친노진영과 시민사회의 격분을 사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뼈아픈 상처로 남겨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월 민주당과 친노진영의 필승카드였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불출마를 선언했을 당시만 해도 ‘유시민 배후설’로 인한 균열의 조짐은 있었지만 “그래도 유시민은 동지이자 경쟁자”라는 시각이 앞섰다. 참여당이 김 국장 출마를 ‘유시민 죽이기’로 규정하고,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의 조정 노력을 “연고주의적 배타성 강요”라며 “따를 수 없다”고 했지만 적대적 관계로 돌아서진 않았다.
유리한 위치를 점한 참여당은 인물경쟁력을 앞세워 대안부재에 허덕이고 있는 민주당을 몰아붙였다. 이봉수 참여당 후보마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정도 판을 깔아줬으면 다음은 우리 몫”이라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제1야당 세를 업은 곽진업 민주당 후보가 예상외로 선전하자 참여당은 단일후보 경선방식으로 여론조사 100%를 요구해왔다. 국민참여경선제를 주장한 민주당과는 정면배치되는 방식이었다.
이에 시민4단위가 양당의 주장을 절반씩 섞은 중재안을 내놨고, 참여당은 야권과 시민사회의 압박수위가 높아진 시점에서야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에도 참여경선의 세부내용을 놓고 양당 간 진통은 이어졌다.
급기야 결렬 위기로 치닫자 민주당이 손을 들었다. 곽진업 후보는 6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100% 여론조사 경선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곽 후보는 민주당 지도부에 이 같은 결단을 알렸고, 지도부는 이를 수용했다. 참여당도 즉각 환영논평을 내 야권분열은 막을 수 있었다. 결과는 최악을 피했다지만 일련의 과정은 상처만을 남긴 분열이었다.
침묵을 지키던 친노진영의 격분이 두드러졌다.
백원우 홍영표 최인호 정재성 등 민주당 친노인사들은 성명을 통해 “더 이상 노 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면서 “참여당이 이런저런 이유와 조건을 제시, 야권단일화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데 대해 개탄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곽 후보 결단이 노무현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고맙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신중한 그의 성격에 비쳐볼 때 말의 무게는 유 대표에 대한 실망과 힐난이나 다름없다.
친노 인사들을 총망라한 시민주권 내에서도 유 대표를 향한 거침없는 비판이 쏟아졌고, 급기야 순천에 출마한 자당 김선일 후보마저 “원내 진출이라는 당의 목표가 야권연대라는 국민의 희망에 우선했다”며 실리에 집착하다 명분을 잃었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