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대명사’, ‘관록의 롯데’라는 수식어는 이제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내수(內需) 기업’ 롯데 이미지도 희석되고 있다. 젊은 롯데, 글로벌 롯데다. 조직은 좀 더 젊어지고 일의 처리 속도는 빨라졌다.‘신동빈호’는 ‘비전 2018’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비전 2018의 핵심은 오는 2018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롯데를 아시아 톱10’의 반열에 올려놓는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2018년 글로벌 롯데를 어떤 모습으로 그려갈 지 업계가 비상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젊은 롯데’에 ‘미래’ 있다= 관록의 롯데그룹에 조직쇄신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그룹은 기존의 연공서열형 직급 체계를 폐지하고 내달 1일부터 직급자격 개념이 반영된 인사제도를 시행한다. 올해 그룹 사령탑 자리에 오르면서 “앞으로 만들어나갈 롯데그룹의 미래상은 ‘젊은 롯데’”라며 ‘젊고 역동적인 기업문화 구축’ 작업을 한층 가속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돼 이 같은 조직개편이 이뤄진 것이다.
이제 롯데에는 대리, 부장으로 대표되는 기본 직급 체계가 없어지고 팀장, 매니저 등 직책 개념을 도입하는 ‘젊은 롯데’로 변화한다. 새롭게 실시되는 ‘그레이드’ 인사제도는 구성원들의 역량과 직책에 따른 보상체계 개선에 중점을 뒀고 팀장과 매니저 직책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부장, 차장, 과장 등 기존의 전통적 조직체계에 맞춘 직급 호칭은 그룹사 전체적으로 폐지한다.
또 과거 동일한 직급이라면 비슷한 수준으로 지급됐던 보상도 팀장, 매니저 등 직책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등 직책과 능력에 따른 보상체계가 더욱 강화된 것이 핵심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신인사제도 시행으로 구성원의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해지고 결재라인이 단순화되면서 의사결정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미래지향적 조직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이 ‘젊은 롯데’를 강조하는 이유는 롯데의 캐치프레이즈인 ‘비전 2018’과 맞물려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될성부른 인재’를 하루빨리 발탁해 ‘글로벌 롯데’를 일굴 ‘핵심인재’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격적인 M&A를 단행하며 그룹의 성장을 주도해 ‘거침없는 M&A의 승부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신 회장은 인재 발탁에도 승부사기질을 발휘하고 있다”며 “롯데의 사업무대가 해외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핵심인재’도 대거 발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동빈호 ‘글로벌 공격경영 닻올려’= ‘글로벌 롯데’를 천명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 회장은 “2010년 11%였던 해외 매출 비중을 2018년까지 7년 내에 30∼4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며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의 롯데그룹을 세운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제3의 롯데그룹을,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에 제 4의 롯데그룹을 건설하겠다”며 글로벌 사업 확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롯데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을 대상으로 백화점과 할인점 등 유통점포를 확대키로 했다. 이는 롯데가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의 사업회사를 그룹화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롯데는 오는 4월 중국 톈진에 해외 세번째 백화점을 열 계획이며 2018년까지 중국에 20개 점을 개점할 계획이다. 또 중국, 베트남 등에 약 30개의 롯데마트 점포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너의 뜻이 전해지면서 계열사 CEO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신 회장이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에게 “절반은 국내에서, 절반은 해외에서 근무하라”고 글로벌 경영을 독려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롯데백화점 임원진들은 최근 중국 텐진에서 전략회의를 갖은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철우 사장을 비롯한 롯데백화점 임원들은 지난 22일 중국 텐진에 모여 ‘텐진점 전략회의’를 갖고 텐진점을 비롯한 향후 중국 사업전략 방안을 강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일주일간 중국에 머물면서 신 회장이 직접 귀뜸 해 준 신규 사업 후보지 3곳도 둘러본 것으로 확인됐다.
◇‘통큰’ M&A는 계속된다= 2018년 그룹 매출 200조원의 30%를 해외에서 달성하기 위해서는 M&A가 필수적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17%대 성장을 이어가야 하는데, 성장세에 한계가 있는 이상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성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총 11건의 M&A를 진행했으며, 이중 해외 M&A는 5건에 달했다. 작년 1월에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2700억원에 인수했고 2월에는 GS리테일의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1조3000억원에 사들였다. 7월에는 호남석유화학이 말레이시아의 석유화학 회사인 ‘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인수했고, 같은달 롯데홈쇼핑은 중국의 홈쇼핑 업체인 ‘럭키파이’를 1500억원에 사들였다. 인수 금액이 200억원 이상인 대형 M&A를 거침없이 진행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올해도 지난해 수준인 10여 개의 회사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롯데그룹은 지난 18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전환사채의 발행한도를 기존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는 안건을 결의했다. 이철우 롯데쇼핑 대표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하고 대규모 자금조달 기회를 확보하고자 정관상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2조원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가장 큰 M&A 이슈는 대한통운이다. 글로벌 진출에 따른 해외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대한통운의 해운 물류부문을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꾀할 수 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또 재계에서는 기존에 주가 됐던 유통·호텔·음식료·화학 업종 등의 M&A 이외에도 금융업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노무라증권 출신인 신 회장은 오랫동안 금융업에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2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지휘아래 변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며 “글로벌 롯데, 젊은 롯데를 천명한 롯데그룹의 변화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