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밤 제주에서 실종됐던 해경 AW-139 헬기의 꼬리와 문짝 등 잔해가 24일 오전 발견됨으로써 사고기는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헬기에 탑승했던 응급환자인 이유진(28.여) 순경이 시신으로 발견, 수습됐다.
게다가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20여 시간이 흐르면서 기장 이병훈(40) 경위, 부기장 권범석(49) 경위, 정비사인 양춘석(40) 경사와 최명호(38) 경장 등 나머지 실종자 4명이 살아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태다.
해경은 현재 해군 등의 도움을 받아 추락 헬기가 이동했던 해역을 중심으로 항공기 4대와 함정 24척을 집중 투입, 실종자와 헬기 동체를 찾고 있다.
◇사고기 이륙에서 추락까지 = 사고가 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제주항공대 소속 AW-139 헬기는 지난 23일 오후 7시30분 제주공항을 이륙, 오후 8시5분 제주시 한림읍 서쪽 105㎞ 해상에서 경비 중이던 제주해경 1502함 상공에 도착했다.
같은 날 오후 6시30분 1502함 소속 이유진(28.여) 순경이 갑작스럽게 고열과 복통을 일으켜 오후 7시 헬기 환자후송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순경은 목포의 한 병원과 원격응급의료시스템을 통해 진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자 제주대병원으로 후송하려고 헬기에 태워졌다.
이 순경을 태운 헬기는 오후 8시20분 '환자를 태우고 출발한다'는 통신보고를 했다. 그러나 43분이 지난 오후 9시3분 제주해양경찰서가 헬기 도착 여부를 확인하고자 통신 및 전화연결을 계속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사라졌다.
◇헬기 잔해ㆍ시신 수습 = 제주해경은 헬기와 통신이 끊기자 탑승자의 휴대전화 신호를 추적, 오후 11시께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앞 500m 해상을 중심으로 조명탄으로 시야를 확보해가며 밤샘수색을 벌였다.
그러던 중 어둠이 걷힌 24일 오전 8시21분께 해경 헬기와 경비함이 제주시 한림읍 서쪽 116㎞ 해상에서 꼬리와 문짝 등 AW-139 헬기 잔해물을 발견, 인양했다.
이어 오전 9시10분에는 잔해물이 있던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제주시 한림읍 서쪽 105㎞ 해상에서 이유진 순경의 시신을 발견, 수습했다. 이 순경은 발견 당시 얼굴 좌우측이 모두 함몰되고 피멍이 든 상태였다.
해경 등은 현재 해양경찰청 인천항공대 챌린저와 제주항공대 카모프 등 항공기 4대와 해경 경비함정 21척, 해군 함정 3척을 투입해 실종된 헬기 승조원 4명과 헬기 동체를 수색하고 있다.
◇추락사고 원인 '미궁' = 24일 오전 진행된 브리핑에서 제주해경 송나택 서장은 기상악화에 따른 추락 가능성에 대해 "사고 당시 날씨는 풍속 8∼10m, 파고 1∼2m, 시정거리 926m로 맑고 양호한 상태였다"고 일축했다.
또 기장인 이병훈 경위가 AW-139 헬기를 조종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가서 교육을 받았으며, 한국에 돌아와서는 인천에서 1년여간 직접 운항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조종 미숙일 가능성도 낮다.
현재로서 추정할 수 있는 헬기 추락 원인은 정비불량이나 기체결함을 꼽을 수 있지만, 남해해경청 제주항공대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헬기 동체를 찾아 블랙박스를 회수·분석하지 않고는 어떠한 결론도 내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해양경찰은 남해해경청장을 본부장으로 한 사고대책본부를 편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추락한 AW-139 헬기는 = 추락 헬기는 첨단 응급의료장비를 갖춘 최신 기종이다. 이탈리아 아구스타 웨스트랜드(Agusta Westland)사가 제작한 것으로 대당 가격이 200억원에 달한다. 엔진출력 3062마력에 항속거리는 700㎞에 달하며 최대 3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
특히 순항속도가 시속 260㎞에 이를 만큼 빠른데다 야간 수색구조능력이 뛰어나 해상수색과 인명구조 업무에 탁월하다는 것이 해경의 설명이다.
해양경찰청은 2009년 12월 AW-139 헬기 2대를 들여와 해상구조 등 국내 적응 훈련을 마친 뒤 인천과 제주에 배치했다. 제주해양경찰서는 지난 21일 제주항 7부두의 3002함 선상에서 제주항공대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AW-139 헬기 공개 행사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