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과 물밑접촉 활발…5∼6월쯤 첫 열매 나올 듯
증권사들의‘골칭덩이’로 전락했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이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세금족쇄’문제가 해결되며 금융지원서비스, 게임업체, 방송통신사업 등 합병대상군을 한정시킨 스팩들이 증시에 잇따라 상장되며 증권가 인수합병(M&A)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자본환원율 인상으로 인한 비상장법인의 기업가치가 낮아져 장외우량기업이 합병을 꺼리고 있고, 증권사들 역시‘인수합병 1호 주자’희생양 부담으로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1분기 중 합병은 가시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증시에 상장된 스팩은 22곳이다. 지난해 3월 증시에 스팩이 첫 입성할 당시, 2차전지·녹색사업 등 비슷한 피인수합병 대상을 노린 스팩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엔 게임업체, 금융서비스 등 합병군을 특화시킨 스팩이 잇따라 상장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스팩시장 합병 기대감이 그 어느때 보다 높아진 가운데, 장외우량기업과 증권사들간의 물밑 접촉이 바쁘게 이뤄지고 있다.
증권사 한 PI부 관계자는“현재 TF(태크스포스팀)을 구축해 몇몇 기업과 합병시 인수가격, 지분비율 등 제안서를 교환하며 구체적으로 합병을 검토중"이라며“다만 장외기업도 이미 기업공개(IPO) 요건을 갖춰놓은 상태라, 스팩의 상장과 직접 기업공개사이에서 상장부담이 적은 부분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올 1분기 대우 미래에셋 현대 동양밸류 등 4개 스팩이 상장 1년을 맞아 피인수기업에 노크를 하고 TF(태크스포스팀)을 구체화 하는 등 발빠른 인수작업에 들어갔다”며“아직 1호 스팩에 대한 흥행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서로간 눈치보기 싸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 증권사들은 시장 초기 2차전지, 녹색성장 사업 등 비슷한 피인수기업을 노린 스팩을 상장시켰기 때문에, 소수에 불과한 우량 피합병기업에 어떤 차별화전략을 취할지가 이번 M&A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비상사가치를 산정하던 자본환원율을 약 5%에서 10% 수준으로 인상, 피합병법인의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돼 합병시기가 더욱 늦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본환원율은 영업활동 등을 통해 발생할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구하는 데 적용되며, 계산공식에서 분모에 놓이는 이 비율이 커지면 기업의 현재가치는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은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해 스팩 투자자들에게 이득을 주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스팩과의 합병을 고려했던 일부 장외비우량기업들은“차라리 기업공개(IPO)를 통해 홀로 상장하겠다”고 나서 시장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김종환 동양종금증권 IB본부 부장은“이미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합병을 위해 우량 장외기업과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피합병법인의 12월 결산법인 감사보고서가 2월 말에서 3월 초쯤 나오면, 이후 3~4개월간 합병결의를 산정해 5~6월쯤 합병 1호 스팩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