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와 진로의 영업조직 통합이 내년부터 가능해지면서 이번 달부터 희망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있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2007년 하이트와 진로 차·부장급 간부상원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후 만 3년만에 실시되는 것이라 업계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1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그룹이 영업 통합을 앞두고 45세·15년차 이상 근무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고 있다. 조건은 퇴직시 24개월치 월급을 한꺼번에 정산하고 퇴직금을 별도로 지급, 본인이 원할시 주류관련 자영업 지원 등 예전보다 다소 파격적인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주업계 고위 임원은 “하이트-진로 영업인력 약 1200명 중 10%, 적어도 100명 이상은 퇴직 대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건이 좋은 것으로 보아 영업통합을 대비해 꽤 많은 인원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하이트와 진로 사내 게시판을 통해 희망퇴직에 대한 얘기가 전 직원에게 알려져 있어 나이 많은 간부 사원들 중심으로 향후 거취를 놓고 조금씩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 그룹은 통상적인 희망퇴직일 뿐 구조조정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의 인사가 적체돼 있어 일정기간 급여를 미리 받고 희망퇴직을 받는 통상적 절차일 뿐”이라며 “영업조직 통합도 내년에 가능하다는 것이지 통합이 확실시 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실적이 정체돼 있고 영업통합을 앞두고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시장 점유율이 높은 수도권과 영호남의 경우 위 조건에 해당하는 50대 이상 영업인력이 많아 벌써부터 희망퇴직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희망퇴직이라고 하지만 통상적으로 비춰봤을 때 리스트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이번 구조조정의 강도가 높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영남 주류업계 관계자도 “하이트 영호남 지점들의 경우 50대 이상 영업인력의 비중이 꽤 높아 이들 사이에서는 대부분 공론화된 상태”라며 “희망퇴직 신청자가 예상에 미달할 경우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트 진로그룹은 진로 재상장 이전인 2007년 말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차ㆍ부장급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약 70명선의 희망 퇴직을 받자 고용확약 조건을 위배했다며 영업직 간부 사원들이 크게 반발하는 등 내홍을 겪기도 했다. 당시 간부 사원들은 사실상 권고사직이나 다름없다며 소송 불사까지 밝혀 사내에서는 진로 재상장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