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해외 보유자산을 늘리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현지시간) 중국 싱가포르 홍콩 러시아 등 신흥국들의 대외순자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배경으로 세계 무대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의 대외순자산은 2009년 167조엔(약 2257조원)으로 이는 2004년의 5배 수준이다.
싱가포르와 홍콩도 마찬가지. 홍콩의 대외순자산은 2009년에 68조엔으로 2004년 1.5배, 싱가포르는 40조엔으로 2004년보다 1.8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한때 대외채무국이었던 러시아도 2008년에는 채권국으로 전환, 지난해 대외순자산은 10조엔을 넘어섰다.
급속한 경제 성장을 배경으로 신흥국의 개인과 기업의 금융자산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과 유럽으로 흘러 들면서 대외순자산이 팽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문은 또 자원 확보를 위해 신흥국 정부가 대외 투자를 늘리면서 신흥국의 세계 경제 무대에서의 영향력이 날로 커질 조짐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외순자산은 한 국가의 정부·기업·개인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대외자산 잔액에서 대외부채 잔액을 차감한 것으로 한 나라의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적 조건)이나 외국에 투자하고 있는 자산에서 얻는 이자나 배당 수입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신흥국의 대외자산 급증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발언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
한편 중국의 대외순자산 급증에 일본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을 중국에 추월 당하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 자리를 내어준데다 자칫하면 세계 무대에서도 입지가 한층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266조엔으로 19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은 2004년 29조엔에서 2007년에는 100조엔을 초과하면서 2위였던 독일을 추월했고 2009년에는 전년보다 30조엔이나 증가해 1위인 일본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근접하고 있다.
신문은 이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되면 중국의 위안화 등 자국 통화에 새로운 상승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고정하고 대규모 위안화 매도ㆍ달러 매입을 계속하면서 외환보유고도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 결과 중국과 일본의 대외순자산 차이는 2004~2009년까지 60조엔 가까이 줄었다.
신문은 올해 들어서도 외환보유고를 중심으로 중국의 대외순자산이 늘었다며 장기적으로 중국의 대외순자산이 일본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