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이 글로벌 해상 운임 급등에 힘입어 2년 만에 최고 실적을 냈다.
HMM은 13일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5520억 원, 영업이익 1조4614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5848억 원)의 약 세 배에 달하며, 올해 처음으로 분기 영업익 1조 원을 넘기게 됐다. HMM이 마지막으로 분기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2022년 4분기(1조 2588억 원)다.
당초 HMM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홍해 주요 물류 경로가 차단되는 변수가 터지면서 해운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동서양을 잇는 수에즈운하가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닫혀 해상운임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HMM은 해상운임 급등과 신규항로 개설, 초대형선 투입 등 영업 강화로 호실적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해상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3분기 평균 986포인트(p)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 평균 3082포인트로 상승해 212.5% 가량 뛰었다.
아울러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비한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전략(제품 대량 수출)’과 중국발 전자상거래 물량 증가가 겹치면서 물동량 자체가 많이 늘어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4분기는 해운업계의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혀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HMM 관계자는 " 컨테이너 부문은 4분기 전통적인 비수기에 들어섰고 미국 동안 항만 파업에 따른 공급 불안정으로 시황 약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경기 회복 여부 등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장기화물 계약 연장 및 신규 계약 확보 추진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홍해 사태 이후 HMM을 비롯한 해운업계는 전반적으로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앞서 현대글로비스 또한 3분기 해운 부문에서 호실적을 거뒀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달 31일 3분기 해운사업 부문에서 1조3289억 원의 매출액과 1083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익(517억 원)대비 2배 이상이다.
한편 이번 실적 발표 이후 HMM의 매각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MM 시가총액이 14조9953억 원에 달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 중 이보다 큰 자산 규모를 보유한 대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2월 매각 협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하림그룹이 자금 조달 문제로 HMM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