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위비 분담금에…해리스 “이미 상당한 기여” vs 트럼프 “대폭 증액하라”

입력 2024-11-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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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한미동맹 안보 핵심축…트럼프는 동맹 폄하”
트럼프 “한 돈 안 내고 있다”…당선 시 재협상 요구 시사
해리스 “막대한 대미 투자…고임금 일자리 창출 중”
한국 어머니상과 자신의 어머니와 연결 지어 언급
초박빙 대선 경쟁 속 재미 한인 유권자 영향력 중시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주한 미군 주둔비용에서 한국이 분담하는 몫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극명히 대비된 견해를 보여 주목된다.

해리스는 한국이 이미 상당히 부담하고 있으며 한미 동맹을 안보의 핵심축으로 봤다. 반면 트럼프는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비난하며 대폭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함께 전진합시다: 재미 한인들의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보낸 기고글에서 “2022년에 저는 비무장지대(DMZ)에 서서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철통 같은 공약을 재확인했다”며 “저는 우리 동맹이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한국이 이미 상당한 분담금을 내고 있는데도 한국이 우리 병력 주둔을 위해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면서 “우리 동맹을 폄하하고, 인도 태평양에서 미국의 지위를 경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해리스는 “3만6000명이 넘는 미국인과 13만7000명 이상의 한국군이 한국전쟁 당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싸우다가 목숨을 바쳤다”면서 “작년에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당시 함께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면서 이 유대를 가치 있게 여기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번 주 뉴욕 유세에서 찬조 연설자로 나선 코미디언의 실언 파문을 가라앉히고자 푸에르토리코계 이민자가 많은 이곳을 찾았다. 앨런타운(미국)/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번 주 뉴욕 유세에서 찬조 연설자로 나선 코미디언의 실언 파문을 가라앉히고자 푸에르토리코계 이민자가 많은 이곳을 찾았다. 앨런타운(미국)/AP연합뉴스

이와 달리 트럼프는 지난달 15일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서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며 “그들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한국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고 발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론한 연간 100억 달러는 한미가 이달 초 2026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합의한 1조5192억 원의 9배에 가까운 액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에 방영된 폭스뉴스의 ‘포크너 포커스’ 타운홀 미팅에서도 “한국에 4만2000명의 미군이 있다. 그들(한국)은 돈을 내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더는 이용당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2017∼2021년) 시절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할 것을 한국 정부에 반복적으로 요구해왔다.

또한 해리스는 한미 경제 협력 관계에 대해서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거론하면서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해 한국과의 동맹을 거래적 관계로 보는 트럼프와 차별화했다.

해리스는 “제 부통령 재임 기간 한미는 인적 교류를 확대했으며, 한국 민간 영역의 막대한 대미 투자를 촉진해 우리의 경제 협력 관계를 심화했다”면서 “이 투자는 반도체와 전기차 같은 산업에서 미국인을 위해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앞 엘립스공원에서 대통령선거 마무리 연설을 하기 전 활짝 웃으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곳은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년 전 대선 불복 선동 연설로 ‘의회 폭동’을 유발했던 곳이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앞 엘립스공원에서 대통령선거 마무리 연설을 하기 전 활짝 웃으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곳은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년 전 대선 불복 선동 연설로 ‘의회 폭동’을 유발했던 곳이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해리스는 한국에 대한 친밀감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기고 첫 줄에서부터 “많은 한국 어머니들처럼 제 어머니도 우리 가족에게 가능한 한 최고의 삶을 주기 위해 희생하셨다”면서 가족에 헌신하는 한국의 어머니상이 2009년 작고한 모친 샤멀라 고팔란 여사의 삶과 유사하다고 봤다.

재미 한국인에 대해서는 “재미 한인들의 용기와 꿋꿋함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존경한다”면서 “셀 수 없이 많은 한국 이민자들이 자녀들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장시간을 일해 왔으며 다수는 온 가족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세탁소와 식당에서 일했다. 오늘 200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미국 전역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의 명절인 추석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 마련한 백악관 축하 행사,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한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도 거론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렇게 해리스가 한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5일 대선이 트럼프와 초박빙 경쟁 국면에서 소수인 재미 한인 유권자의 표심도 승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 재외동포청 홈페이지의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미국 대선 투표권을 지닌 한인 미국 시민권자는 152만3823명이다. 7개 경합주별로 보면 조지아 5만1000여 명, 펜실베이니아 3만8000여 명, 미시간 3만1000여 명, 애리조나 1만7000여 명, 네바다 1만5000여 명, 노스캐롤라이나 1만1000여 명, 위스콘신 1만여 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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