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와 재생에너지, 위기를 기회로”...바르셀로나 항구의 변신

입력 2024-10-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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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0-22 17:23)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③-4. 항만 자동화에 친환경 전력망 구축 '박차'

항만 완전 자동화 추진...최고 효율 터미널로 수상
전체 사용 에너지 50% 재생에너지로 대체
"재생에너지 공급 정유소 역할할 것"

▲바르셀로나항만 전경이 보인다. 사진제공-바르셀로나 항만청
▲바르셀로나항만 전경이 보인다. 사진제공-바르셀로나 항만청

해상 물류 ‘전초기지’인 항구도 기상이변 직격탄을 맞았다. 계속된 해수면 상승과 강력해진 해상폭풍은 항만 이용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항구 병목현상은 물류 운송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선박 대기 시간을 늘려 탄소배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유럽-아프리카-중동-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해상 물류 허브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구는 ‘자동화’와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가고 있다.

바르셀로나 항구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물동량 증가를 경험했다. 지난달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만청에서 만난 호르디 토렌트(Jordi Torrent) 전략실장은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서 바르셀로나항이 일종의 환승지가 됐다”며 “물동량이 지난해 대비 20% 증가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항만청의 호르디 토렌트 전략실장이 9월 3일 본지와 인터뷰 도중 설명을 하고 있다. 장유진(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항만청의 호르디 토렌트 전략실장이 9월 3일 본지와 인터뷰 도중 설명을 하고 있다. 장유진(바르셀로나)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위기가 몰고 온 변화는 ‘자동화’ 추세를 촉진시켰다. 토렌트 전략실장은 “입항 선박들의 병목현상을 줄이기 위해 완전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터미널의 게이트 자동화와 야드 이동 자동화가 중요 단계였고, 반자동화된 터미널은 유럽에서 가장 효율적인 터미널로 상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항만 운영사 허치슨 포츠(Hutchison Ports)가 바르셀로나항에서 운영 중인 컨테이너 터미널 ‘BEST(Barcelona Europe South Terminal)’는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과 친환경 기술 활용을 인정받아 ‘최고 터미널 상’을 두 차례 받았다.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바르셀로나 항만청의 호아킴 코르테스 지속 가능한 환경 및 에너지 전환 총괄은 “태양광에 집중하고 있는데 앞으로 바이오 LNG, 그린 메탄올, 그린 암모니아 등도 대체 연료로 사용할 것”이라며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 10%로, 항구에서 생산된 전기로 전체 전력 사용량의 50%까지 대체하고 나머지 50%도 재생에너지를 수입해 넷제로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항만 인근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들이 설치돼 있다. 장유진(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항만 인근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들이 설치돼 있다. 장유진(바르셀로나)

실제 항만을 둘러보다가 들른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PV) 패널들이 설치돼 있었다. 현재는 일반 전력망과 연결돼 초과 생산분을 항만 관련 기업이 구매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코르테스 총괄은 “향후 태양광 발전으로 항구 전력망을 갖추면 기업들이 ‘Km0 전기’를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m0 전기’는 ‘제로 킬로미터 전기’라는 의미로, 전력 생산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소비되는 전기를 뜻한다. 주로 지역에서 생산돼 바로 소비되는 재생에너지를 지칭하며 전력 이동 거리가 짧아 송전 손실이 최소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가 화물터미널, 저장 터미널, 전기차, OPS 등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OPS(Onshore Power Supply)’는 선박이 항구에 정박해 있는 동안 육상에서 전력을 공급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선박이 자체 엔진을 가동할 필요 없이 항만의 육상 전력망에서 바로 전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소음과 배출가스를 줄여 친환경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르셀로나 항만청의 호아킴 코르테스 지속 가능한 환경 및 에너지 전환 총괄이 9월 3일 본지와 인터뷰 도중 설명하고 있다. 장유진(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항만청의 호아킴 코르테스 지속 가능한 환경 및 에너지 전환 총괄이 9월 3일 본지와 인터뷰 도중 설명하고 있다. 장유진(바르셀로나)

EU의 해양 부문 온실가스 배출 규제(FuelEU Maritime Regulation)도 바르셀로나 항구로선 ‘호재’다. 코르테스 총괄은 “우리가 재생에너지를 공급해주기 때문에 기업이 ETS 규제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정유소 역할로 바르셀로나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목표는 더 크다. 바르셀로나 항만청의 ‘녹색전환계획’은 항구와 내륙 연결 운송수단으로까지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르테스 총괄은 “해상운송뿐 아니라 철도 결합 등 내륙 연결에도 재생에너지를 쓰려는 것”이라며 “현재 15% 비중인데 이를 30%까지 늘리는 게 중간목표”라고 강조했다.

해안 생태계 복원 프로그램인 ‘REST-COAST(Restoration of Coastal Ecosystems)’을 통해 극심한 기상이변에도 대응하고 있다. 그는 “범람에 대비해 ‘항만 방파제 보호벽’ 높이를 올리고 계선주도 강화하고, 기존 해변가의 모래를 남쪽 해안가로 옮겨 새로 구축한 항구 인프라를 보호한다”며 “2015년 공사를 시작했고 2040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항만 방파제 보호벽은 항만시설과 인접한 지역을 파도나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핵심 구조물이다. 계선주는 항만이나 선착장에서 선박을 안전하게 정박시키기 위해 설치된 고정 구조물로, 강풍·조류 영향으로부터 선박이 정박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바르셀로나(스페인)=김서영·장유진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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