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 작년 줄다가 다시 증가세
주식ㆍ금ㆍ원윳값 상승 움직임에
최근 채권 수익률 하락세 보여
부동산ㆍ주식 몰릴 땐 상승 이끌 듯
#5년차 직장인 김래연(33·가명) 씨는 재작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주린이’다. 야금야금 돈을 넣다 보니 어느새 자산의 70% 이상이 주식에 들어 있다. 올 들어 가격이 너무 내린 종목에서는 돈을 빼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 LG에너지솔루션, 네이버, 카카오 등 우량주들 가격이 많이 빠졌다고 판단해 과감히 투자했다가 현재 30%가량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회심의 카드였던 바이오주 역시 맥을 못 춰 10%가량의 손실이 났다. 김 씨는 이미 올해 초 ‘물타기’로 현금성 자산 대부분을 소진했다. 이후 주식투자에 손을 놓게 됐지만, 그는 최근 ‘야수의 심장’을 드러냈다. 8, 9월 급락장에서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를 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하면 자산 시장이 들썩일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미국·유렵연합(EU)·캐나다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피벗(통화정책 전환) 환승열차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1700조 원 규모의 단기부동자금이 찾아 나설 승자(가치 상승 자산)에도 관심이 쏠린다. 주식과 금, 원윳값은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채권 수익률은 하락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등에 따르면 언제든 투자에 사용될 수 있는 단기부동자금은 올해 7월 말 기준 1708조8206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736조4679억 원까지 불어났던 단기부동자금은 2022년에 1647조4377억 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682조2554억 원까지 줄었다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부동자금이란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자산관리계좌(CMA), 발행어음, 환매조건부채권(RP), 6개월 미만 예금, 투자자 예탁금 등이 포함된다. 이들 자금은 적당한 투자처가 있을 경우 바로 투자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단기부동자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최근 시중 금리 인하 조짐에 투자자들이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를 늘리고는 있지만 여전한 부동산 시장 둔화 흐름, 선진국 등에 비해 부진한 주식 시장 등에 상황을 두고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1700조 원의 단기부동자금은 언제든 어디로든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자금이 부동산이나 주식 등으로 움직일 경우 자산 가격의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끌 수 있다고 본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다가올 금리 인하기의 승자 찾기에 나섰다. 코스피 지수는 주식시장은 금리인하 기대가 현실이 되면서 바닥(8월 5일 종가 2441.55)을 찍고 반등했다. 올해 수익률 -2.20%로 하락폭을 줄이며 2600을 전후로 방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상승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 중심인 12월물은 전주 주말 대비 8.5달러(0.3%) 오른 온스당 267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상승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서만 금값은 14% 이상 상승했다. 금리인하에 국제유가도 다시 오르고 있다. 60달러 후반까지 낮아졌던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배럴당 60달러 중반까지 낮아졌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상승 추세다.
채권 수익률은 하락했다. 특히 국채 금리가 최근 금리 인하를 과도하게 선반영하면서 역캐리(국고채 금리가 조달 금리보다 낮아지는 것) 상황이 심화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일 종가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947%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3.50%보다 30.3bp(1bp=0.01%p) 낮은 수준이다. 반면, CD 91일물 금리와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각각 3.4%, 3.5%로 국고채 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1% 오르면서 3월 말 이후 29주 연속 상승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