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가 시작되며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매물 적체에 시동이 걸렸다. 강남3구(서초ㆍ강남ㆍ송파) 등 일부 집값 급등 지역에선 추가 상승을 기대해 매물을 거두는 현상이 눈에 띄지만, 나머지 지역은 대출 규제 영향권에 든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8만598건으로 전월(8만35건) 대비 0.7%(563건) 증가했다.
올 5월 8만5595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거래량이 늘며 지난달 7만6629건까지 내려왔으나 이달 들어 5000여 건 뛰었다. △마포구 6.0%(2820건→2992건) △용산구 5.7%(1729건→1829건) △강북구 4.10%(1387건→1445건) 등이 전월 대비 증가폭 확대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마포구 상암월드컵파크4단지는 한 달 사이 매물이 68.9%(29건→49건) 늘었다. 같은 기간 도봉구 창동주공3단지는 70건대에 머무르던 매물이 103건으로 47% 급증했다.
매물 증가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이 공인중개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상암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호가가 많이 오른 상태라 입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매물은 4~5개뿐”이라며 “전반적으로 서울 집값이 상승하는 와중에 대장홍대선 상암역 신설이 확정된 호재도 있어 가격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북구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출 규제 시행 전인 7~8월 매물이 한바탕 빠진 뒤 지금은 호가가 오른 물건들만 남았다”며 “매수를 염두에 둔 단지가 생각보다 비싸서 눈을 더 낮추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강남권에선 여전히 추격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3구 주요 지역에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자 호가를 올리기 위해 내놨던 매물을 다시 거두는 사례도 빈번히 관찰된다.
서초구 반포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려놨던 매물을 내리거나 계약금 오고 가기 직전에 마음을 바꾸는 매도인도 수두룩하다”며 “매물이 늘어났다는 건 시세차익을 노린 일부 재건축 예정 단지 얘기일 뿐 대부분의 매수 희망자들은 맘에 드는 매물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3구에선 연일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이달 5일 래미안원베일리 ‘국민평수’ 84㎡(이하 전용면적)이 60억 원(9층)에 손바뀜했다. 국평 기준 역대 최대 매매가로 직전 신고가(55억, 23층)보다 5억 원 높다. 인근 래미안퍼스티지 동일 면적은 직전 신고가(38억4000만 원, 26층)를 기록한 지 두 달 만인 7월 43억 원(17층)에 팔렸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효과가 본격화하는 시점부터 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택 가격의 상승을 견인하는 일부 지역의 경우 규제 대상 대출금액이 집값에 비해 높지 않아 오히려 매수 수요가 더 나타날 수 있다”며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일수록 규제 효과가 점진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장은 “지금처럼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기 위해 매물을 회수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서울 외곽 지역 매수를 원했던 이들은 대출 규제에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며 “결국 매물과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