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적으로 강력하게" 금융당국 요구에 은행권 '고심'…대출 또 어떻게 바뀌나

입력 2024-09-10 16:16 수정 2024-09-1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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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기준 주담대 1조 넘게 늘어…추가 대책도 검토 중
'실수요자 심사 전담팀' 설치도…실수요자 보호에 '만반'

금융당국이 '더 강한 개입'에서 '자율규제'로 입장을 선회했다.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은행권의 들쭉날쭉한 가계대출 제한 조치로 이어지면서 대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비난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예상과 달리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 라인'도 내놓지 않았다. 이 역시 은행권의 자율적인 제한조치에 따라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당국은 그러면서도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히 관리하며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면서 가계대출은 강력하게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모순된 요구에도 은행들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을 모두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8개 국내은행장과 ‘가계부채 관련 간담회’를 열고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은행권 자율적 관리가 바람직하다"고 밝힌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이 원장은 은행권의 가계대출에 대한 강도 높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또 다시 확인했다. 그는 "국내 은행의 경우 주택 관련 대출 집중도가 높은 상황으로 금융불균형이 누증되고, 주택가격 조정 시 건전성이 악화되는 등 시스템리스크로의 전이가 우려된다"면서 "금융시장 안정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가계대출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의 관리 압박이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은행들로 부터 매월 2회씩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 데이터를 보고 받으며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에 대햇는 소득대비대출비율(LTI) 적용 카드도 만지막 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 및 은행권 자체 제한 조치로 이달 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올해 △1월 9000억 원 △3월 4조 9000억 원 △5월 5조3000억 원 △6월 4조2000억 원 △7월 5조2000억 원 △8월 9조5000억 원으로 증가 추세다. 이달 들어서도 증가세 이어지고 있다. 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7조2313억 원으로 지난달 말 725조364억 원 보다 2조1949억 원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568조6616억 원에서 570억1170억 원으로 1조4554억 원이나 증가했다. 신용대출도 103조4562억 원에서 103조9971억 원으로 5409억 원 늘었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은 “이달 정부의 DSR 2단계 시행 이전에 접수됐던 대출들이 실행되면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당장 수치가 잡히지 않자 금융당국의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은행권의 자율관리가 원칙'이라고 내세운 이상 그 책임이 은행권에 돌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대출을 관리하고 있는 은행들은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 '전면 금지'를 내세운 타 은행들의 대책을 모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유주택 세대의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있으며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신규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무주택 세대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신용대출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아직 유주택자에 대한 규제나 신용대출 제한까지는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가계대출과 관련해 모든 대책을 검토 중에 있다"면서 "조만간 대책을 정리해 발표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대출 규제를 조일대로 조인 은행들은 실수요자들을 보호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이 결혼, 직장·학교 수도권 이전 등의 가계대출 취급 제한 예외 조건을 발표한 데 이어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주택 신규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무주택 세대에게는 허용하기로 했다. 또 최대 연 소득까지만 내주기로 한 신용대출도 본인 결혼이나 직계가족 사망, 자녀 출산 등의 경우 연 소득의 150%(최대 1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실수요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수요자 심사 전담팀'도 가동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율관리라는 명령이 떨어진 이상 은행들간 규제 수준을 맞추게 될 것"이라며 "실수요자 보호 측면에서는 결혼이나 이사, 장례 등 예외 사례에 대한 특별 대출 한도가 부여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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