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피벗 최대 난관은 인플레 혐오…“실업률보다 2배 더 나쁘게 인식”

입력 2024-06-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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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FOMC서 금리 동결 확실시
실업률 1%p 오르면 실업자 170만 명 늘지만
하버드대 설문조사서 인플레 더 우려
실질적 요인 이외 심리적 압박도 원인
일부 전문가 연준 물가 목표 2→4%로 상향 조정 필요성 지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이렇게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미국인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혐오가 있다고 분석했다.

스테파니 스탠체바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를 필두로 진행된 최근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물가상승률이 1%포인트(p) 올라가는 것이 실업률 상승보다 두 배나 나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실업률이 현재 4%에서 5%로 오르면 실업자 수가 170만 명 늘어나지만, 여전히 미국인 대다수는 인플레이션이 가장 해롭다고 보는 셈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응답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나쁘게 인식하는 이유로 구매력 저하라는 실질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정신적으로 부담된다’는 심리적 이유도 지목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스탠체바 교수는 “물가 상승은 소비자에게 항상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예상을 재조정하도록 한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큰 인지적 부담을 불러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호황’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4.0%를 기록했으며 전월까지는 24개월 연속 4% 미만을 유지해왔다. 시간당 평균 임금도 5월 기준 전월 대비 0.4%, 전년보다는 4.1% 각각 올라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다.

물가 상승세 역시 최근 둔화하고 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수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4월에 전년 동월 대비 2.7% 올라 시장 예상과 부합했다. 특히 4.4%를 기록한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완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를 체감하는 미국인들은 많지 않다. 지난달 10일 미시간대가 발표한 5월 미국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는 67.4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게 집계됐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하는 만큼 소비자심리지수는 향후 경제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현재 2%에서 4%로 높여야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로렌스 볼 교수는 “만약 사람들이 4%라는 물가목표치에 익숙해지고 그것이 표준이 된다면 그것에 대해 특별히 불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브 블랜차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은 물가목표치를 4%로 설정해야 한다”며 “다만 연준의 정책적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 같은 주장에 “지금은 (물가목표치) 변경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라며 일단 선을 긋고 있다.

‘적정 물가 목표치’에 대한 전문가와 일반 대중의 괴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 스타인스 캘리포니아 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교수는 “미국인들은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비교적 적당한(Relatively Modest)’ 인플레이션도 싫어한다”면서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싫어하는 이유는 타당하고, 또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비용을 모델링하고 명시하는데 실제로 많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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