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메스’ 예고한 정부, 버틸 여력 없는 중소형사 ‘초긴장’ [저축銀, 위기의 시간②]

입력 2024-04-19 05:00 수정 2024-04-1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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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4-18 18:28)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당국, 내주 연체율 현장 조사
이달 말에는 부실 PF 기준 공개
대손충당금 2배 이상 확대 전망
소형사 증가폭, 대형사의 2.6배
"서민금융에 충당금까지 부담 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다음 주부터 금융감독원에서 연체율 관리를 위해 현장점검을 한다고 해서 바짝 긴장하고 있는 곳들이 많을 겁니다. 3월 말 연체율이 아직 오픈되지 않았는데 작년 말보다 더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A저축은행 고위 관계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에 대해 ‘구조조정’ 방아쇠를 당겼다. 2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요구를 강화하면서 버틸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저축은행의 부실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부실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음 주 연체율 현장 점검 이후 PF 사업장 평가 기준 개편안이 공개되면 충당금 적립 수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PF 사업장의 부실 정도를 판단하는 평가 기준을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할 예정이다. ‘회수의문’ 분류를 추가해 대출 부실에 대비해 금융사가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아직 논의 단계이지만, (기준을) 더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며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PF 옥석 가리기’를 예고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15일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말에도 기자들과 만나 “사업성이 미비하거나 자산감축 등 특단의 조치가 없고 재무적인 문제가 있는 건설사와 금융사는 시장원칙에 따라 조정, 정리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 원으로, 대규모 조정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저축은행도 부실에 따른 구조조정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충당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권은 최대 4조8000억 원 규모의 PF대출 손실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저축은행이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이 최대 3조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저축은행중앙회 오화경 회장 및 임원들이 기자 설명회에서 23년 영업실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 오화경 회장 및 임원들이 기자 설명회에서 23년 영업실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저축은행중앙회)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확대는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형 저축은행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본지 취재 결과, 이미 중소형 저축은행일수록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 하위 20개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은 2025억 원으로, 전년 동기(1450억4000만 원) 대비 39.6%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상위 20개 저축은행은 4조645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284억 원)보다 15.3% 증가에 그쳤다. 1년 새 중소형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증가 폭이 대형저축은행보다 2.6배 컸다.

감독규정 개정으로 올해부터 브리지론의 충당금 규제가 PF 대출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 부산·경남을 영업구역으로 두고 있는 한 중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권이 타 업권과 비교해 브리지론 PF 익스포저 비율이 높은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나신평은 대규모 충당금 부담으로 올해 79개 저축은행은 최악의 경우 2조 원이 넘는 순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유상증자와 같은 별도 자기자본 확충이 안 되는 경우, 특히 중소형저축은행일수록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권고 수치 이상으로 유지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저축은행 재무구조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법규정상 요구되는 비율은 7~8%이고, 금융당국 권고비율은 10~11%다. 이 비율 역시 중소형 저축은행일수록 악화 정도가 심각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하위 20개 저축은행 중 전년 대비 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진 곳은 6개로, 최대 감소 폭은 2.71%포인트(p)였다. 상위 20개 저축은행 중 전년보다 비율이 하락한 곳은 5곳, 최대 감소 폭은 1.84%p인 것과 비교하면 악화 수준이 더 심하다.

중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특히 지방에 영업구역을 두고 있는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은 구역 내 여신 비율을 맞춰야 하기에 구역 내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줄 수밖에 없고, 우량채권 확보를 못 하니 건전성 관리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각종 규제 속 충당금 적립 규제까지 강화되면 충격이 커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중소형 저축은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일부 저축은행의 부실에서 비롯된 불안감이 금융지주 계열이나 대형저축은행의 ‘위기론’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 M&A 등 구조조정 시그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충당금을 추가로 쌓기 위해서는 업황이 좋아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분야가 있어야 하는데,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충당금을 더 보수적으로 쌓으라는 주문이 들어오면 당장 눈에 보이는 지표들이 악화하고, 신용평가 등급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부 지방 저축은행들의 신용평가 등급이 내려가고, M&A 등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는 얘기가 나오면 자본여력이 충분한 저축은행들까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악순환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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