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수정 가로막은 편찬위원장
“편찬위원장은 교육부에 교과서
‘수정‧보완 승인’ 요구 권리 없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교과서 편찬위원회를 배제하고 2018년 초등학교 사회 6학년 1학기 교과서 내용을 무단 수정했다는 이유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교사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전원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육부 교과서정책과 공무원들에 관한 상고심을 열어 검사 측 상고를 모두 기각하는 한편,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피고인들은 2018년 초등학교 사회 6학년 1학기 국정교과서 중 ‘8.15 광복과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문구를 ‘8.15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는 등 일부 내용을 새로운 정부 입장에 맞게 수정하고자 했다. 하지만 국정도서 편찬위원장이 협조를 거부했다.
이에 피고인들은 편찬위원장을 배제한 채 자문위원 등을 별도로 위촉, 213개에 달하는 교과서 수정 사항을 정해 교과서 수정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직권을 남용해 편찬위원장의 교과서 수정 등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교과서 발행회사 직원으로 하여금 편찬위원장 명의의 교과서 수정‧보완 협의록을 임의로 작성, 이를 교육부에 제출하도록 해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를 교사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1심 법원은 검찰 측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 피고인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반면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전부 무죄로 뒤집었다.
원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교육부 장관에게 주어진 교과서 수정‧보완권을 위임받아 행사한 것”이라며 “위법한 직권행사라거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가 무죄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편찬위원장에게 교과서 수정‧보완 절차를 주관해 교육부에 승인을 요구할 권리가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그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문서 위조 교사, 위조사문서 행사 교사에 대해서도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이 발행사 직원에게 교과서 수정‧보완 협의록에 편찬위원장 도장을 임의로 날인해 위조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원심 판결에 불복한 검사가 상고했는데, 1심과 2심 판단이 정반대로 갈리면서 대법원 결론에 관심이 모아졌다.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 판결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해 자유 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판 중심주의, 직접 심리주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고 적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