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반등하면 차익실현‧환차익 ‘일석이조’
엔저 현상 장기화에…800원대 박스권 흐름
손해 가능성에 일학개미 ‘발 동동’
끝 모르는 엔저 현상에 일학개미(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울상이다. 바닥으로 예상했던 엔화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환차익을 기대한 이들이 되레 손해를 보게 돼서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학개미는 일본증시에서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상장지수펀드(ETF)’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만 1억8149만 달러(약 2415억 원)에 달한다.
일학개미가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아이셰어즈 코어 7-10년 미국채 엔화 헤지 ETF’로, 총 1524만 달러(약 203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두 ETF는 엔화로 미국채에 투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엔저 현상이 지속하자 환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미국채를 달러가 아닌 엔화로 사두는 셈이다. 이 경우 금리 인하 시기 ETF를 팔아 채권가격 상승에 대한 차익을 얻는 것 외에도 엔화 반등 시 매도한 값을 엔화에서 원화로 환전하며 환차익을 볼 수 있다.
실제 엔화는 지난해 초 970원대였던 원‧엔 환율은 올해 초 923.21원대로 주저앉았다. 이에 두 ETF 외에도 ‘아이셰어즈 코어 3-7년 미국채 엔화 헤지 ETF’(5위)와 ‘아이셰어즈 미달러 하이일드 회사채 엔화 헤지 ETF’(9위) 등이 일학개미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엔화가 800원대로 주저앉자 엔화 ETF 투자도 늘었다. 일학개미들은 최근 한 달 사이 엔화 가치에 투자하는 ‘TIGER 일본 엔선물 ETF’을 87억 가까이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1억 원 넘게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일학개미의 예상과 달리 엔화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5일 800원대로 떨어진 엔화는 종가 기준 883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900원대에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 엔화가 800원대에서 박스권 흐름을 보이면서 개미들 수익률에 적신호가 켜질 공산도 커졌다.
실제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는 올해 들어 6%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아이셰어즈 코어 7-10년 미국채 엔화 헤지 ETF도 3.5% 떨어졌다. TIGER 일본 엔선물 ETF도 3% 넘게 하락했다.
전문가들도 예상보다 장기화한 엔저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는 (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은데, 경제는 좋지 못하다”며 “미‧일 금리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엔‧달러 환율을 고려할 시 엔화의 약세가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올해 2분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예상되고 있지만, 급격한 긴축 기조로의 전환보다는 완만한 통화정책 전환이 전망된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개시되더라도 일본의 정책금리 수준보다 높은 금리 수준이 유지될 수 있음은 엔화 약세 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