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8일 의료계를 범법자 집단으로 규정하면서 위헌적인 폭압을 자행하는 행태를 멈춰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열고 “끝내 대화와 타협이 아닌 무리와 처벌로 의료현장을 더욱 파국으로 몰아가는 정부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 위원장은 “29일까지 복귀하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엄포에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정부는 27일 김택우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28일엔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자택에 찾아가 직접 업무개시명령을 하며 전공의들을 겁박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공익을 위해서라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 해당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명령만 내리면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처벌을 통한 겁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부끄러운 모습이 외신 기자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는 정말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의사들을 일터에 강제로 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현재의 시스템에서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숭고한 정신으로 환자를 돌보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면서 “3월 1일 이후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을 비롯한 처벌을 본격화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병원에서 전공의는 찾을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봉직의, 개원의, 교수 등 모든 선배 의사도 의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 중 하나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초안을 전날 공개했다. 해당 법안을 공개하며 필수의료 의사들의 사법 부담을 낮춰 필수의료를 안심하고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정부의 생각에 동조하는 의사는 없다”며 “정부가 제시한 초안은 의사 개인이 책임 및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에 한해 환자 및 보호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배상액을 보험에서 처리해주고, 공소 제기를 못 하게 하는 법안이다.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의협은 대한민국 14만 의사 모두가 회원으로 등록된 유일한 의료계 법정 단체”라며 “정부가 의료법에도 명시돼 있는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의협의 권위를 떨어뜨려 내부적인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면서 “의료계를 범법자 집단으로 규정하며 위헌적인 폭압을 자행하는 행태를 멈춰달라.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의사들의 포기를 통한 저항도 더욱 거세지고 빨라질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주 위원장은 “의사들은 지금도 국민과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더 많은 국민이 희생될 것이 자명한 잘못된 정책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정부에 저항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앞으로도 정부의 어떠한 강압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