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ESG 중심은 ‘거버넌스’다

입력 2024-02-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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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디토이에스지 대표

“대표님, 왜 거버넌스는 ESG와는 별개로 얘기하시나요?” 얼마 전 직원 채용 면접 때 받은 질문이다. 나는 원론적으로 답했다. “보통 시장에서는 두 가지를 구별해서 얘기해요. ESG를 규율하는 금융당국도, 연기금과 같이 ESG 투자를 하는 기관투자자도, ESG 컨설팅을 하는 로펌이나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도, ESG를 실행하는 기업에서도 관할 팀이나 본부를 별도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질문의 지적이 맞다. ESG는 하나인데, 왜 굳이 거버넌스는 따로 얘기해야 하나. 흔히 ESG를 얘기하면, “친환경 아닌가요?”, “사회공헌이죠” 아니면 “인권경영”이라는 답변이 가장 흔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도 엄연히 ESG의 한 축임을 명심해야 한다. 환경이나 사회 정책 등 기업 경영의 온갖 제반이슈들도 결국 G, 즉 한 조직의 의사결정 체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026년은 한국 ESG에 이정표인 해

최근 지속가능보고서 공시 의무화 화두로 전 세계가 뜨겁다. 한국은 2026년 이후부터 시작된다. 반사적으로 기업지배구조도 떠올려보자. 2026년은 기업지배보고서 공시의무가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확대되는 해로, 한국 ESG 생태계에서 역사적인 해이다.

지난 2023년 10월, 지속가능보고서 의무화의 광풍 속에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가이드라인이 최근 시장의 이슈와 제도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일환으로 개정되었다.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그 영향력은 중하고 시사점은 주목할 만하다. 주요 개정 사항은 6가지다.

첫째로, 상장사들은 ‘배당의 예측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배당예측가능성은 두 가지로 확보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그동안 주주가 자신이 받을 배당금도 모르는 채 주총의 주주명부로 확정되는 소위 ‘깜깜이 배당’을 ‘배당기준일 전에 배당금을 결정’하여 공시하라는 것. 중장기적으로는, 향후 어떻게 배당을 줄 것인지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하여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주주소통’ 강화다, 주주총회에서 부결되거나 반대가 높은 안건이 있을 경우 이에 대한 소통 여부와 내역을 기재하는 것이다. 특히, 소액주주와 해외기관투자자와 소통한 내역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주요 투자자와 재무 중심의 IR(Investor Relation) 시대를 넘어, 전체 주주를 위한 ‘SR(Shareholder Relation)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셋째, ‘주식관련 사채’ 공시다. 시장에서 소위 ‘메자닌 채권’이라고 부르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의미한다. 예컨대, 주식전환가격을 낮춰서 채권을 발행하면 이를 인수한 지배주주나 제3자 일방은 매우 유리하지만 소액주주는 엄청난 피해를 입는 점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환경·사회공헌도 거버넌스에 의해 이뤄져

넷째, ‘이사회 다양성’이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사는 여성 이사를 최소 1인 이상 두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성별과 연령, 경력 다양성도 권장하고 있다.

다섯째, ‘임원 보수 정책’이다. 상장사들은 임원의 성과평가와 연계된 보수 정책을 수립하고,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 여부를 공시해야 한다. 임원의 이해관계를 회사 및 이해관계자의 중장기적 이익과 일치시키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적격 임원선임 방지’다. 횡령이나 배임,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사익 편취의 확정 판결.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해임권고를 받은 이력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다만, 법 현실을 고려하여 형 집행정지 또는 면제 후 5년으로 공시기한을 합리화했다.

지배구조보고서 공시 개정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주주총회와의 연계성이 높아졌다는 것과 ESG가 금융과의 거리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 거버넌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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