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어넷 마켓리더스] 과유불급(過猶不及)

입력 2009-06-0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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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코스피지수 1400선이 붕괴되고 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로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3일)는 경제지표 부진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대규모 재정적자 우려 언급에 주요 지수가 1% 안팎의 하락세로 마감했다.

단기간 급등으로 가격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5월 민간부문 고용감소, 공급관리자협회(ISM) 5월 서비스지수, 4월 공장주문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기대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나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안전자산 성격의 미국 국채와 달러화까지 오르자 경계매물이 급증했다. 이날 국내증시는 외국인의 변절(?)에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소폭 하락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오전중 1400선 이탈 이후 개인 주도로 낙폭을 줄이기도 했으나 외국인 투자가들이 오후들어 선물과 현물 모두 매도규모를 확대하자 변변한 저항조차 없이 흘러내린 끝에 전일대비 36.75p(2.60%) 내린 1378.14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1091억원 순매도로 이틀 연속 매도우위를 보였고, 기관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4256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에 맞선 개인은 576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저가매수 기회로 삼았다.

KSP200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7666계약 순매도로 베이시스 악화를 주도한 가운데,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2933억원)를 중심으로 4450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증시가 급락하자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환율은 급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7.80원 오른 1251.00원으로 마감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미국 경제지표 악화에 동반 하락했다.

닛케이지수가 0.75% 내린 것을 비롯해 상해종합지수(-0.41%), 가권지수(-1.55%), 항셍지수(-0.40%), 싱가포르지수(-0.88%) 등이 줄줄이 내렸다.

건설·금융株 급락, 대형 IT株 지수 방어

달러 강세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재현되자 신용경색에 민감한 건설주와 금융주들이 앞장서 하락했다.

최근 많이 오른 건설주들에 매물이 집중된 가운데 대우건설(-10.34%), 서광건설(-8.04%), 현대산업(-6.98%), 동양건설(-5.75%), 현대건설(-5.56%), 금호산업(-5.41%) 등의 낙폭이 컸다.

하나금융지주가 7.28% 급락한 것을 비롯해 우리금융(-6.05%), 기업은행(-5.48%), KB금융(-4.84%), 신한지주(-4.62%) 등의 은행주들이 유상증자설 겹악재로 동반 하락했고, 동양종금증권(-6.62%), 삼성증권(-5.84%), 한화손해보험(-5.31%), 현대증권(-4.75%), 미래에셋증권(-4.67%) 등 주요 비은행 금융주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금호종금은 증권사의 실적 개선 분석에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아 주목을 받았다.

최근 BDI 급등에 고무돼 강세를 보였던 해운주들이 급락했고, 조선주들도 대부분 약세를 기록했다.

대한해운(-9.61%)과 STX팬오션(-9.47%) 등 벌크선사들의 조정이 깊었고, 한진해운(-7.35%), 현대상선(-6.04%), 현대중공업(-4.88%), 현대미포조선(-4.48%), 삼성중공업(-3.45%) 등의 해운, 조선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로 강세를 보였던 두산인프라코어(-5.38%), POSCO(-3.92%) 등의 기계·철강업종 대표주들도 큰폭 하락했다.

한편 환율이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대형 IT수출주들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지수 방어에 기여했다.

삼성전자가 0.54% 오른 것을 비롯해 하이닉스(1.12%), LG디스플레이(0.52%) 등이 지수를 거슬러 올랐고, 대덕GDS(-1.65%), LG전자(-2.09%) 등은 비교적 높은 하방경직성을 시현했다.

코스피 전업종이 내린 가운데 건설(-5.25%), 의료정밀(-4.95%), 운수창고(-4.89%), 증권(-4.59%), 은행(-3.99%) 등의 낙폭이 컸고, 전기전자(-0.44%)와 의약품(-1.36%), 통신(-1.40%) 등이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대부분의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하락한 가운데 일양약품(7.31%)과 동부제철(7.02%), 동양메이저(5.53%) 등이 돋보이는 강세를 연출했다.

서울시가 대규모 개발 타당성 평가를 완료해 발표한 것과 관련해 해당 부지를 소유한 현대제철의 계열사 현대차(1.82%), 롯데칠성(4.03%), 백광산업(10.28%) 등이 강세를 나타냈다.

한편 알앤엘바이오(4.55%)는 중국 연길에 소재한 '알앤엘 조양재생의학병원'이 세계최초로 중증 아토피 환자 치료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급등했다.

물(水) 처리산업의 성장성이 크다는 전망에 관련주로 꼽히는 와토스코리아(상한가), 배관자재 전문업체 AJS(14.39%), 한국주철관(6.38%), 필터 기술을 보유한 웅진케미칼(2.10%) 등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윈도7 발매 소식에 제이씨현, 제이엠아이, 피씨디렉트, 유니텍전자(이상 상한가), 다우데이타(8.64%) 등이 일제히 초강세를 나타냈다.

오버슈팅 원자재 가격, 방향 선회

하늘 모르고 치솟던 원자재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가뜩이나 속도론과 밸류에이션 부담을 의식하고 있는 글로벌 증시에 심리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7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2.43달러(3.5%) 급락한 66.12달러로 마감, 5일선을 이탈했다.

미국의 공적자금 마련용 국채발행 물량 증가에 따른 달러가치 하락과 관련된 헤지성 수요가 최근의 유가 랠리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이날 차익실현에 따른 반락은 결코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이날 국제유가의 급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이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라는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최근 국제유가의 랠리가 실제 원유 수요에 기인하지 않고 투기적 가수요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경기확장기에 실물수요 증가를 수반한 유가의 급등은 주가 상승에 큰 동력이 된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 랠리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기회복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경기가 진정 회복국면에 들어선다면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고 미국 경제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달러화 가치, 국제유가, 증시가 모두 상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경기확장기에는 인플레 억제가 급선무이므로 적절한 긴축정책과 함께 정책금리가 오르고 달러화 가치도 오른다.

신용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경기회복기, 확장기에는 안전자산 선호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고, 펀더멘탈의 개선과 함께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유가와 달러화가 함께 위쪽을 향하게 된다.

지금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경기확장기에 비해 부족한 유동성이 투자수단 한쪽에만 집중된 결과다.

결국 최근 글로벌 증시의 강세와 원자재 랠리가 실질적인 경기회복을 토대로 진행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가 된다.

한풀 꺾인 상품가격 랠리..過猶不及

지금까지는 유가의 급등이 증시에 상승촉매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모든 재료는 '동전의 양면', '양날의 칼'과 같아서 그때그때의 증시 상황에 따라 호재가 될 수도 있고 악재가 될 수도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고사성어도 같은 맥락이다.

과도하게 급락했던 유가가 반등세를 타게되면 리세션에 짖눌려 있던 투자자들의 심리를 호전시켜주지만 소비 등 실물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만 계속 오른다면 인플레 압력이 높아져 경기회복 노력에 짐이 될 수 있다.

상품가격과 동행해온 증시가 앞으로도 상품가격과 함께 움직일까?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상품가격 강세 = 주가 상승' 기류는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가의 크리티컬 포인트, 임계점 논의가 활발해짐에 따라 유가와 증시의 연동고리는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생활물가를 높이는 단계에 이르렀다. 유가가 추가로 급락하든 급등세로 돌아서든 연동성은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길게보면 글로벌 증시는 미국경제의 위상인 '달러화가치'와 동행할 전망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미국달러의 동향이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대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신용경색과 연결되는 '실질금리 상승'이다.

미국 국채금리, 모기지 금리의 상승은 미국 정부의 재정불안을 의미한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최근 몇주간, 장기국채 수익률과 모기지 고정금리가 상승했다"며 재정균형 대책을 촉구했다.

버냉키 의장은 올해말 미국 경제가 회복국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각종 경기부양책과 금융지원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고 경기회복의 전제조건에 대해 과거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라 금리카드를 쓸 수 없게 되는 등 정책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금리가 오른다면 미국정부는 그야말로 난처해질 것이다. 당분간은 미국 국채금리와 모기지금리에 시장이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S&P500지수는 예상대로 연초 고점대 저항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틀간의 눌림목을 토대로 레벨업을 시도할 여지가 있는만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러 경제지표들을 통해 리세션 완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주요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고용사정은 악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미국의 5월 민간부문 고용은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심리가 반영된 서베이지표는 벌써 경기회복국면에 들어섰지만 실물지표의 본격적인 호전을 확인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국내증시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높은 신용잔고와 공매도 허용은 더더욱 국내증시의 하락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다.

하루 조정에 부화뇌동해서는 안되겠지만 증시가 변곡점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좀더 차분한 시장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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