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 식약처와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 허가 공방전

입력 2024-0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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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바이오, 지난해 4월 ‘제프티’ 임상 2상 후 긴급사용승인 추진
9개월 넘었지만 허가 무소식…식약처 “제프티, 긴급사용승인 임상 아냐”
현대바이오 “긴급사용승인 위한 임상…안전성‧유효성 사전 검토해야”

현대바이오사이언스(현대바이오)가 긴급사용승인을 추진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 허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해 4월 임상 2상을 마쳤지만 9개월이 넘도록 허가는 깜깜무소식이다. 이와 관련 회사는 작년 12월 회사 홈페이지에 두 차례 공지문을 통해 긴급사용승인 관련 입장을 표명했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바이오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프티의 긴급사용승인을 두고 공방전에 한창이다. 현대바이오는 공지문을 통해 제프티는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임상이라며 이를 승인하지 않는 식약처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대바이오는 지난해 4월 제프티 임상 2상을 마친 후 “제프티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권고한 코로나19의 12가지 증상을 개선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바이러스 수치를 감소시킨다”며 긴급사용승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프티는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임상인가?

양측 주장이 가장 엇갈리는 것은 제프티가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임상이냐는 것이다. 긴급사용승인제도는 공중보건 위기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국내 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 사용을 허용하는 제도다. 질병관리청이 긴급사용승인이 필요한 의약품을 선정해 식약처에 신청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직접 요청할 수 없다.

현대바이오는 제프티 임상이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임상이기 때문에 식약처가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사전 검토’를 해줄 것을 촉구했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제프티의 임상시험은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특별법)’상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통합 임상시험이고, 긴급사용승인은 통합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통계적으로 확인되면 할 수 있다”며 “처음에는 탐색 임상시험(2상)으로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식약처의 요구로 통합임상(2,3상 결합)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바이오는 코로너19 치료제 '제프티'의 긴급사용승인 관련해 홈페이지에 두 차례 입장문을 냈다.    (사진제공=현대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현대바이오는 코로너19 치료제 '제프티'의 긴급사용승인 관련해 홈페이지에 두 차례 입장문을 냈다. (사진제공=현대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현대바이오에 따르면 식약처와 협의해 임상 목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세운 코로나19의 12개 증상개선 소요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단축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수정하고, 국내 임상 3상 사례를 참고해 대상자 수(120명→300명)를 변경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식약처는 최초 당사의 임상시험계획서를 수정해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긴급사용승인을 할 수 있게 임상시험계획서를 변경하도록 요청해 우리는 임상시험을 수정했고, 식약처가 이를 승인했기 때문에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임상’이라는 표현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식약처는 애초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임상은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긴급사용승인을 목적으로 의약품을 개발하지도 않고 임상 제도도 없다. 회사 측이 근거한 특별법에 긴급사용승인에 대해 명시돼 있지만,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임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현대바이오가 통합임상(2,3상 결합)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식약처는 임상 2상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긴급사용승인을 위해 식약처가 회사 측에 임상 변경을 요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기업과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엔데믹인데…긴급사용승인 가능할까

또 하나의 쟁점은 현 시점에서 긴급사용승인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공식 선언했고, 우리 정부도 같은 해 8월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독감과 같은 가장 낮은 4급으로 조정했다. 업계는 국내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병 위기가 해제되고, WHO도 팬데믹 종식을 선언하면서 긴급사용승인은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으로부터 도입한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를 국내 제조·판매 품목허가로 변경한 것도 변수다. 조코바는 시오노기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로, 일동제약이 국내 허가신청과 판매 권리는 갖고 있다.

일동제약은 2022년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을 추진하고 정식 품목허가까지 신청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한 채 1년이 흘렀다. 이에 수입 품목허가 대신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만약 일동제약 조코바가 정식 품목허가를 받으면, 현대바이오가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대바이오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처럼 임상 2/3상 결과로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품목허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식약처의 행정지도로 임상시험의 설계와 승인 과정에서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통합 임상시험으로 진행했다”며 “임상 2상으로 승인받았다는 이유로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임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식약처 행정지도에 대한 모순이다. 행정지도 목적에 맞게 긴급사용승인을 받는 것이 임상시험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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