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펜데믹에 이은 전쟁과 경기불황 등 다양한 이슈에 글로벌 공공조달시장 규모와 중요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경제 규모에 비해 글로벌 공공조달시장 참여와 점유율이 낮아, 이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공공조달시장의 보건의료 분야 입찰 추이 분석’ 보고서를 보면, 관련 시장 규모는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수주 비중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공조달시장은 국제기구, 해외 정부 등이 공공 프로젝트나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입찰 및 계약을 통해 외부 업체로부터 재화나 용역을 구매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규모가 크고 다양한 국가와 기관이 수요자와 공급자로 참여하고 있다.
잠재적 고객과의 접근성 향상뿐만 아니라 국제시장에서의 경험 축적과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된다. 특히 보건의료 산업은 인구증가, 고령화 등으로 수요증가가 전망되는 산업이며, 공공조달을 통해 획득한 계약은 대개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져 안정된 고객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보건의료 분야 글로벌 공공조달시장을 확인해보면, 미국 정부(약 2460억 달러), 국제연합(UN)(약 220억 달러), 세계은행(WBG)(약 190억 달러), 아시아개발은행(ADB)(약 33억 달러)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기업의 UN 보건의료 분야 공공조달 수주 계약금액 합계는 약 5억5890만 달러(약 7391억 원)로 계약 금액 순위 10위를 차지했다. 수주 비중은 2.6%이며 2020년 이후 수주금액이 매우 감소했다.
세계은행에서 한국기업은 약 3036만 달러(약 400억 원) 수주 계약을 달성하며 계약금액 순위 5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개발은행에서의 한국기업 수주 계약금액은 약 449만 달러(약 60억 원), 계약금액 순위는 28위였다.
한국기업의 UN 공공조달 보건의료 분야 중 주요 공급 품목은 제약, 피임 용품, 백신 분야로 약 3억7182만 달러(약 4910억 원) 규모로 가장 높았다. 국내 기업 중에선 녹십자, LG화학, 유바이오로직스가 UN과 계약한 상위 5개사로 이름을 올렸다. 공급 품목 대부분은 백신으로,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에서 한국기업들은 주요 방역 관련 물품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사업단은 “한국기업의 글로벌 공공조달시장 참여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미 진출한 사례를 분석해 한국기업의 진출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공조달시장에서도 UN 등 국제기구를 통한 진출이 더 쉬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공공조달시장 단일 규모 중 가장 큰 미국 정부의 경우, 해외 기업이 공급자로 등록하기 위해선 현지법인 등록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데 반해 UN 등 국제기구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은 물류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 입찰 참여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의료사업단은 “최근 보건의료 분야 조달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한국 보건산업체가 공공조달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진입할 수 있도록 조달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시장 진출 활성화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있어 보건의료 분야의 지속적인 조달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