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금감원은 오너 기업인가

입력 2024-01-08 17:0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기업의 경영 체제는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째는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최고경영자(CEO)로 앉히는 ‘전문 경영’ 체제다. 다른 하나는 기업의 최대 주주가 직접 CEO까지 맡아 기업을 이끌어 가는 ‘오너 경영’이다.

오너 경영의 장점은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독단적인 판단으로 경영권을 오·남용할 수 있고 사익 추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단점이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끄는 금감원을 두고 ‘오너 기업’ 같다는 말들이 나온다. 좋게 해석하면 주인 의식을 갖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한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 금감원의 위상은 이 원장 취임 후 눈에 띄게 격상됐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금융사 CEO를 날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게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금감원을 오너 기업이라고 빗댄 이들의 근거는 이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다. 최근 금감원 정기 인사에 대한 이 원장의 결단(?)을 오너의 독단적 경영과 비유했을 듯하다.

금감원 설립 이래 최초로 검찰 출신의 원장이 취임했을 당시 금융감독 방향성에 대한 변화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조직 내 유례가 없는 젊은 원장이 탄생하면서 보수적 조직인 금감원의 세대 교체 및 혁신의 바람도 예견됐었다. 하지만 최근 조직 쇄신의 속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이 원장의 인사 칼날은 날카로웠다.

나이가 찬 보직자들은 대부분 해임됐고, 금감원의 전체 팀장 중 주니어 팀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그의 ‘인사권’ 장악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내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문제가 생기면 결과가 나온 후 조치했는데, 지금은 이슈가 생기는 순간 바로 인사 조치된다”고 귀띔했다.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한 ‘보여주기 식’ 의도 일 수 있다. 이는 금융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상생금융 취지로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등을 잇따라 방문한 그의 행보에서 금융사들은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확실한 건 이 원장은 오너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에게 주어진 임기는 분명하다.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이 원장이 떠난 후 남는 건 직원들이다. 금감원장의 서슬 퍼런 칼날이 자충수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다 상술인건 알지만…"OO데이 그냥 넘어가긴 아쉬워" [데이터클립]
  • ‘2025 수능 수험표’ 들고 어디 갈까?…수험생 할인 총정리 [그래픽 스토리]
  • ‘백신 음모론’ 펼친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 임명
  • 삼성전자, 'CES 2025' 최고 혁신상 4개 포함 29개 대거 수상
  • 北 김정은, 자폭공격형 무인기 성능시험 지도…‘대량 생산’ 지시
  • 韓 환율관찰 대상국 재지정…“국내 채권시장 최악의 시나리오, 환율 상향 고착화”
  • “증거 인멸 우려” 명태균·김영선 구속…검찰 수사 탄력
  •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 오늘 일본과 B조예선 3차전…중계 어디서?
  • 오늘의 상승종목

  • 11.15 11:07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5,336,000
    • -2.55%
    • 이더리움
    • 4,362,000
    • -4.93%
    • 비트코인 캐시
    • 597,500
    • -4.93%
    • 리플
    • 1,172
    • +17.43%
    • 솔라나
    • 298,500
    • -2.71%
    • 에이다
    • 841
    • +1.94%
    • 이오스
    • 792
    • +1.28%
    • 트론
    • 253
    • -0.39%
    • 스텔라루멘
    • 190
    • +7.34%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050
    • -0.49%
    • 체인링크
    • 18,560
    • -3.03%
    • 샌드박스
    • 389
    • -3.2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