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주택 건물 옥상에서 푸른색의 수컷 공작새 한 마리가 발견됐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에 사는 주민 김길남(62) 씨는 4일 아침 식사 후 집 옥상에 올라갔다가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공작새를 발견했다.
동물원에서나 볼법한 수컷 공작새는 꼿꼿하게 고개를 든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가 하면 겨울이라 비어있는 텃밭을 조용히 거닐었다. 어울리지 않는 환경에 등장한 것 치고는 너무도 태연하게 자태를 뽐냈다.
김 씨는 "봄에는 텃밭에 여러 농작물을 심어서 까치나 참새 같은 새들이 많이 날아들긴 하지만 이곳에 30년을 살면서 이렇게 크고 특이한 새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내 김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전 10시 40분께 공작새를 포획해 은평구청에 인계했다. 이 새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 은평구에 공작새가 출몰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발견 장소 인근에 공작새를 사육하는 시설이나 동물원은 없다"고 전했다. 김 씨 역시 "이곳에 오래 살면서 공작새를 키우는 사람은 못 봤다. 주변이 다 주택가인데 이렇게 큰 새를 키우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공작새는 서식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걸어 다니는 특성이 있지만 날아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민종 조류 전문 수의사는 "공작새는 닭목 꿩과 동물이라 날개가 짧고 둥글어 장거리 비행을 하는 새들처럼 수십㎞를 날지는 못하지만 수m에서 수십m는 수월히 비행할 수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한편, 구청은 포획된 공작새를 다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로 인계했다. 협회는 이 새의 기존 소유자나 입양자를 찾는 공고를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