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긴장에 글로벌 무기 주문 폭증…상반기 수주, 이미 지난해 맞먹어

입력 2023-12-28 13:05 수정 2023-12-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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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메이저 방산업체 주문, 11% 증가…올해는 더 폭주
K-방산, 세계 9위 위용
한화에어로, 폴란드 계약으로 가장 큰 성장세
MSCI 방산주지수, 1년간 25% 뛰어
올해 유럽 군사지출, 30년래 최대폭 증가

지정학적 긴장에 전 세계적으로 무기 주문이 폭증하면서 방산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한국의 도약이 돋보인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난해 한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미국 록히드마틴과 보잉, 영국 BAE시스템스 등 세계 메이저 방산업체 15곳의 수주 잔액이 7776억 달러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올해는 주문이 더 폭주해 상반기 수주 잔액이 7640억 달러(약 986조 원)로 이미 지난해 연간 기록(7776억 달러)에 맞먹는 수준으로 늘었다. 2년 전 성적인 7020억 달러는 이미 넘어섰다.

수주 잔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한화에어로라고 FT는 분석했다. 수주액은 2020년 24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152억 달러로 급증했으며 올해 상반기는 148억 달러에 이르렀다. K-9 자주포 등을 판매하는 한화에어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 폴란드와의 대규모 계약을 성사하면서 다른 곳들을 능가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한국은 동유럽 국가를 상대로 상당한 수출 건을 달성하면서 최근 2년간 무기 판매국 순위에서도 급상승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의 순위는 2000년 31위에서 지난해 9위로 뛰어올랐다.

▲폴란드 그디니아 항구에서 지난해 12월 6일 작업자가 한국산 K-2 흑표 전차에 기대 쉬고 있다. 그디니아(폴란드)/AP뉴시스
▲폴란드 그디니아 항구에서 지난해 12월 6일 작업자가 한국산 K-2 흑표 전차에 기대 쉬고 있다. 그디니아(폴란드)/AP뉴시스

최근 폴란드에서 정권 교체가 단행되면서 한국 기업들과 체결한 기존 방산 계약이 엎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폴란드는 지난해 한화에어로, 현대로템 등과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천무 288문 등 구매 관련 기본 계약과 1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초에는 한화에어로와 3조4000억 원 규모의 2차 계약을 체결했다. 차기 정권은 총선이 열린 10월 15일 이후 지출된 공적 자금 경로에 대해 재검토 여지를 남긴 상태다.

다만 이날 도날트 투스크 신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한국과의) 방산 계약을 검토할 것이지만, 계약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며 “계약 일부를 수정하게 할 어떠한 일도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독일 탱크 제조업체 라인메탈도 또 다른 수혜자다. 상반기 수주 잔액이 325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기록인 279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방산업체들이 승승장구하자 투자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방산주지수는 최근 1년간 25% 상승했다. 유럽 방산주 벤치마크인 스톡스항공우주·방산지수는 같은 기간 50% 넘게 올랐다.

각국 정부가 국방비 지출을 계속 늘려가는 만큼 방산업계 성장도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 군비 지출은 3.7% 증가한 2조24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또 올해 유럽의 군사 지출은 지속하는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인해 3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에이전시파트너스의 닉 커닝엄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주문 파이프라인이 매우 탄탄해 보이는 만큼 더 많은 주문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주문 대 납품 비율은 1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다. 이는 얼마간 재고가 늘어나야 한다는 의미”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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