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리스 헤어스타일링기, 손대식과 박태윤의 SEP, 리체나...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들 제품 모두 화장품과 이미용 제품들이다.
CJ오쇼핑 이미용 담당 이정필 MD(상품기획자)는 이제 겨우 입사한지 2년을 갓 넘겼지만 그가 세운 기록들을 보면 '초짜‘라는 말을 무색케 한다. 그가 런칭한 상품들 여러 개가 대박을 터뜨려 히트상품 리스트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이정필 MD는 이 일을 한지는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이 일에 매력을 듬뿍 느낀다. 깊은 고심과 노력을 쏟은 끝에 그의 상품이 방송을 타면 주문전화와 상담전화 등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즉각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 ‘초짜’ MD의 대박상품 줄줄이
지난해 3월 방송한 ‘바비리스 볼륨매직’ 헤어 스타일링기는 25분만에 5000세트를 넘게 판매해 분당 1200만원 매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5월 론칭한 샴푸형 염색제 ‘리체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 연말까지 100만개가 넘게 팔린 히트상품이다.
또 2달 후인 8월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과 박태윤의 색조 브랜드 ‘SEP’을 론칭시켜 4개월 만에 주문액 50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많은 히트상품들을 일구어냈지만 그는 염색제인 ‘리체나’가 특히 기억에 오래 남는다.
“리체나는 이미용 상품 중에 저의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리체나를 10회 정도 방송하다가 중단이 됐는데, 그 사이 시장조사를 나가봤어요. 그 때 막 ‘샴푸형 염색제’가 유행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제조사에다 그런 유형으로 만들어 줄 것으로 요청했죠”
그의 요구대로 공장에서 ‘샴푸형 리체나’가 만들어져 나왔다. 그런데 기껏 만들어 놨는데 2달 동안 방송 일정이 나오지 않아 팔수가 없었다. 제조사도, 이정필MD도 하루하루 마음이 가시방석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방송이 잡혔다. 1시간 방송으로 계획된 1차 방송은 40분 만에 끝이 났다. 목표량의 60%가 넘는 주문이 폭주해 조기매진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그 후로도 꾸준히 판매를 하고 있어 이제는 스테디셀러로 자리굳혔다.
주로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이미용 상품이어서 그들의 취향이나 기호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을까. 이정필MD는 “저도 대학교때는 베이비로션만 썼으니 화장품 같은 것에 대해 아는 지식이 없었죠.(웃음) 처음엔 감을 잡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노하우가 많이 생겼어요”
그는 가끔 사무실에서 옆 동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얼굴에 팩을 붙이고 일을 할 때도 있다. 그런 다음 ‘쌩얼’을 만들어주기로 유명한 비비크림을 바른다. 팩을 하고 난 후 비비크림을 바르면 피부에 촤악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정필MD는 ‘철저한 고객 관점에서의 상품 기획’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특히 ‘KISS(Keep It Short and Simple)’ 원칙에 따라 상품의 소구 포인트와 메인 컨셉트를 잡아나가는데,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너무 설명을 복잡하게 하거나 디테일을 너무 많이 전달하려 할 경우 오히려 고객들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렇게 해서 잡은 컨셉트를 미팅 시 PD, 쇼호스트 및 스탭들 앞에서 직접 시연해가며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다.
◆ 마포대교 밑에서 “춤을 춰요”
수많은 히트상품이 나오기 까지 담당MD는 쉬는 날 없이 하루하루가 눈코뜰새 없다. 지난해에는 매주 토요일에도 일을 하다 보니 주말을 다 쉬었을 때는 5번도 채 되지 않았다.
숨가쁘게 사는 그이지만 쉬는 날에는 일 생각을 완전히 버리고 철저히 쉰다. 그는 서울로 오기 전 고등학교 때까지 제주도에서 태어나 쭉 살아왔던 ‘제주도 청년’이다. 그래서 물을 좋아한다. 마포에 사는 그는 추운 겨울일지라도 두터운 패딩점퍼를 입고 MP3플레이어를 귀에 꼽고 마포대교 밑에서 춤도 춘다.
“섬에서 태어나고 살아서 그런지, 한강 물을 보면 마음이 참 편해지거든요” 그는 말했다.
곧 무더위가 오면 화장품 판매는 평소보다 시원치 않다. 날이 더우면 화장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7-8월은 화장품 업계의 비수기에 속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유통업계의 대목인 추석에 집중 공략할 상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
이미용 상품군 외에 해보고 싶은 상품군이 있냐고 묻자 식품이나 생활용품 쪽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정필 MD는 “특히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생활용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