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토막나자…글로벌 ESG 투자액 작년 첫 감소

입력 2023-11-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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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IA, 6번째 지속가능한 투자 규모 발표
2022년 30조3000억 달러…2년새 13% 감소
그린워싱 비판 및 운영성적 악화가 주요인

▲출처 세계지속가능투자연합(GSIA) 로고 홈페이지 캡처
▲출처 세계지속가능투자연합(GSIA) 로고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액이 지난해 조사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미국 ESG 투자액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비판과 운용 성적 악화로 반토막 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세계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은 29일(현지시간) ‘2022년 리뷰’ 보고서를 통해 ESG 투자액이 2020년 35조 달러 이상에서 2022년 30조3000억 달러로 13%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미국의 ESG 투자액이 지난해 8조4000억 달러로 2년 전의 17조 달러에서 51%로 줄었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늘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캐나다, 유럽,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ESG 투자자산은 20% 이상 증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유럽이 17% 증가한 14조 달러로 전 지역·국가에서 가장 많았다. 일본은 49% 증가한 4조2000억 달러, 호주와 뉴질랜드를 합친 오세아니아 지역은 35% 증가해 1조2000억 달러였다. 일본과 오세아니아는 조사 이후 최대임에 따라 눈에 띈다.

미국의 급락은 우선 그린워싱 대응을 위해 조사 방식을 엄격하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린워시 감시를 강화해 실체가 없는 투자를 한 운용사를 잇따라 적발했으며, 올해 9월에는 펀드 명칭에 관한 규칙을 채택해 무턱대고 ‘ESG’라고 내세우지 못하도록 했다. 투자사들이 더 엄격해진 규정에 따라 펀드에서 ESG 라벨을 제거하는 사례도 나왔다.

운용 성적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 S&P 글로벌 청정 에너지 지수는 올해 높은 이자율과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풍력 및 태양광 관련 주식이 타격을 입으면서 30% 하락했다. 또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인한 유가 급등을 배경으로 화석연료 종목에 투자하는 ‘FTSE 350 석유-가스-석탄 지수’는 지난해 27% 상승한 반면 전 세계 환경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FTSE ET100 지수’는 30% 내렸다. 이는 전 세계 주가지수의 20% 하락률보다도 더 큰 폭이다.

또 화석연료에서 환경 관련 종목으로 투자 축을 옮긴 ESG 펀드들은 저조한 운용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미국 시장정보 제공업체인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 리서치(EPFR)에 따르면 3월에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ESG 펀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ESG를 두고 벌어지는 정치적 대립도 불안 요소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에서는 5월 기후변화 대응 등 ESG 요소를 투자에 반영하지 말라는 ‘반 ESG법’이 통과됐다. 텍사스 등 공화당이 강한 다른 주에서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지역과 기업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반ESG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6월에 “ESG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분열이 심화되는 미국에서 ESG가 정치성을 띠는 용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무시하는 미국 보수 강경파는 ESG 추진을 정치 운동으로 간주하고 있다. 반대로 기후변화 대응을 중시하는 좌파는 운용사의 노력이 미온적이라고 비판한다.

미국 모닝스타에 따르면 블랙록은 ESG 관점에서 주식을 선별하는 투자신탁 ‘미국 임팩트 펀드’와 ‘국제 임팩트 펀드’를 7~9월에 청산했다. 미국 임팩트 펀드는 4월 말까지 연간 운용성과가 마이너스 5%(매매수수료 제외)로 부진했다. 이에 미국에서 ESG는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이는 홍보 효과가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SIA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30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에서 넷제로(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공공투자와 민간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시장 조성을 요구할 계획이다.

제임스 알렉산더 GSIA 회장은 “과거보다 지금이 지속가능한 투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훨씬 더 성숙한 정의를 취하고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자산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에 대해 보다 명확한 정의와 보다 보편화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GSIA는 2014년 유럽, 캐나다, 영국, 미국, 네덜란드 등의 지속가능투자연합 기관들이 공동의 이니셔티브를 함께 수행하기 위해 설립한 협의체다. 2012년을 시작으로 2년마다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글로벌 ESG 투자액을 산출하고 있다. 이번 조사 발표는 6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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