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플랫폼 떠날 수 없을 것 같으니 요금 올리는 꼴”
글로벌 OTT, 부가통신사업자에 다국적기업…“규제 어려워”
“유료방송과 정의 같게ㆍOTT 요금 부담 파악할 수 있어야”
글로벌 1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계정 공유’ 금지를 공식화하면서 사실상 요금인상에 불을 지폈다. 앞서 구독자 확보를 위해 계정 공유를 적극 장려했던 터라, 이 같은 태도 돌변에 일각에서는 소비자에 대한 갑질이자 배짱 영업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현재는 OTT 기업의 가격 인상 등을 규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규제 회색지대에 있는 OTT 정의의 수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넷플릭스는 조만간 계정공유에 추가 요금을 부가할 방침이다. 같은 가구에 속하지 않는 구성원과 계정을 공유하려면 1명당 5000원을 추가로 결제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각 커뮤니티, SNS 등에서는 OTT 구독료 지출 부담을 느낀 이용자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를 향한 반발이 거세다. 넷플릭스는 2017년 공식 X(과거 ‘트위터’) 계정에 “비밀번호 공유는 사랑입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리는 등 계정 공유를 지향했던 플랫폼이었다. 국산 OTT들과 달리 넷플릭스는 과거에도 국내 요금제를 인상했다.
이를 두고 소비자 심리 전문가인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관대함의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가 익숙해져 플랫폼에 완전히 종속되면 떠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그때부터 요금을 올리는 ‘네트워크 경제의 작동 원리’가 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넷플릭스보다 더 저렴하고 괜찮은 플랫폼을 찾아 떠나면 되는데, 그럴 만한 플랫폼이 없어 머무르게 되면 넷플릭스가 소비자 위에 군림하게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다만 시장 구조 자체를 정부가 변경할 수 없으니 행위 규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넷플릭스 등 OTT의 요금 인상 등을 규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령 정부에서 요금 인하를 주문하는 통신비는 필수적 성격의 지출이지만, OTT는 선택적 지출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물가 관리나 가계 안정의 차원에서 논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넷플릭스는 다국적기업으로 정부가 요금 조정을 권고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다.
OTT의 규제 회색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OTT에 대한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정호 호서대 교수는 “OTT는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있어 비규제 영역”이라며 “OTT는 요금인하뿐만 아니라 망 이용대가 분쟁 등 사회적 책임이 산적해 있으나, 정부가 규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OTT에 규제를 가할 수 있으려면 기간통신사업자나 방송사업자로 분류가 돼야 하는데, OTT는 현재 방송사업자인 유료방송과 그 성격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부가통신사업자로 돼 있기 때문이다.
OTT 구독료 부담을 파악할 통계 현황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OTT 가입자 수가 늘고, 요금이 오르며 가계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OTT 요금을 통신비와 결합해 지불하며 통신비로 인식하는 경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OTT와 같이 국민 대부분이 이용하는 서비스의 정부통계가 없어서 사업자가 무리한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듯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과기정통부와 통계청이 협의해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별도의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통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