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은행 이윤 극대화 목표도 고려할 필요 있어"
"가계부채 문제,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해결해야"
"부동산 문제로 접근 필요…DSR 일관되게 끌어가야"
“(질타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는 근본적인 은행 과점체제 해소를 위한 실질적으로 영향력 있는 추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은행권에 대해 전문가들은 뚜렷한 대안없이 질타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지적한 문제를 교정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은행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갑질’ 발언 이후 금융당국 수장들과 정치권의 수위 높은 발언에 연일 두드려 맞고 있다. 선거가 반년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부족한 상생의식’ 이라는 부정적인 여론 공격에 다시한번 ‘청구서 작성’에 고심이 깊다. 전문가들은 압박이 가해질 때마다 반짝 대책을 내놓는데 그친다며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중요한 것은 제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간헐적으로 자꾸 문제를 제기하는 현상이 건설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용 교수는 “5개 시중은행이 이자이익 대부분을 나눠 먹는 과점 현상이 심각하다는 데는 모두 공감할 것”이라며 “정부는 영향력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은행권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을 때마다 상생금융안을 내놓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올해 2월에도 윤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지적하자 은행권은 상생금융안을 잇따라 내놨고,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책임론을 재차 거론하자 ‘상생금융 시즌2’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반짝 대책에 그친다는 점이다. 하 교수는 “금리 인상기에 은행들이 특별한 노력 없이 이익을 많이 낸 것도 사실이고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빚을 많이 졌다가 지금 어려움에 빠진 것도 사실”이라며 “한쪽이 이익을 보고 그것이 다른 쪽의 고통의 대가라고 한다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책의 일관성 문제도 꼬집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억제를 주문하면서 금융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상반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석 교수는 “정책이 상반된 것이 맞다”면서도 어느 하나를 놓칠 수 없는 문제라고도 했다. 다만 그는 “지금 경기 상황에서 신용도가 안 좋은 회사에 저리 대출을 해주라던지 자영업자에게도 대출을 막무가내로 해주는 게 상생이 아니다”라며 “사업성과 등을 따져서 옥석을 가려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계대출 문제 해결을 위한 진단은 전문가마다 해법이 달랐다. 서 교수는 기준금리 조정이 우선이라고 봤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2월 이후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역설적이게도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 이후 은행권은 상생금융을 앞세워 시장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다시 가계대출이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 교수는 “현재 낮은 기준금리가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부동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센터장은 “가계대출 문제는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부동산 시장이 중요하다”며 “정부 입장에선 계속해서 돈을 빌려서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부동산,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시그널을 계속해서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금융적인 측면에서는 부동산 공급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지금 당장 몇 가구 더 공급하겠다는 정책 발표가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주택공급대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가 같이 발표한 주택공급대책에서 좀 더 구체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오히려 금융을 가지고 부동산 경기 조절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정책 시도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가 단순히 공급과 수요에 따라서만 움직여야 하는데, 우리는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였다가 풀었다 한다”며 “미국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DSR을 철저히 관리해서 경기가 좋든 나쁘든 일관되게 끌고 가는게 중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