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은행이 글로벌 무역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대한상의는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글로벌 무역 파고 어떻게 극복하나’를 주제로 제2회 한국은행-대한상공회의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올해 2월 개최된 제1회 세미나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자리다.
이날 세미나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비롯해 기업, 학계 등 각계 주요 200여 명이 참석했다.
기조 강연자로 참석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경제의 현 상황은 저성장, 소득과 부의 양극화, 물가 및 금융 불안정 등 삼중고에 처해있다”며 “여기에 고금리, 전쟁 그리고 지경학적 분열 등 퍼펙트 스톰(복합 위기)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디리스킹(위험제거), 프렌드쇼어링(동맹국 공급망 연대)이 진행되며 세계 경제가 미국 블록, 중국 블록, 중립 블록 등으로 나눠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지경학적 분열과 탈세계화 과정에 미국 및 중국과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밀접하게 연결된 한국경제는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를 대비하기 위해 부품과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경훈 대한상의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첨단부문 패권경쟁, 탄소 규범 강화 등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로 중간재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인 한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대전환기를 맞아 반도체, 배터리, 철강 등 국내 주요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업종별 맞춤형 통상·산업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국내 반도체 산업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팹4(미국, 일본, 대만, 한국) 등 우방국 중심 공급망 체제 내에서의 포지셔닝이 중요한데, 최근 반도체 수출구조 상 경합도가 높아진 대만과의 경쟁 관계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 블록화가 진행되더라도 국내기업이 기술개발을 통해 최종재 생산에 들어가는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면 국내 경제성장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며 “고성장·고위험 첨단산업에서 인내 자본 형성을 위한 마중물 제공, 첨단산업의 리쇼어링 유도를 통한 국내생산 허브기지 구축, 그린산업 선점을 위한 투자 지원 등 정부의 역할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세션은 대외경제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김흥종 APEC 학회장이 사회로 나서 ‘글로벌 무역 위기의 극복과 새로운 길 모색’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토론에서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의 관계 변화와 통상전략을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과 이은석 한국은행 조사국 중국경제팀장, 김은지 KOTRA 아시아중아팀 전문연구원 등은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지역적 관점에서 통상정책과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SGI 원장은 “내년에는 거시·금융과 기업·산업을 대표하는 양 기관의 장점을 살려 한국은행-대한상의 세미나가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전략 마련을 위한‘연결과 협력’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