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준 강화에 줄줄이 단념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 자금줄 막힐라
혁신 저해 우려 고조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에서 총 126개 기업이 IPO 계획을 철회하거나 중단했다. 이는 사상 최대인 것은 물론, 지난 4년간 기록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규모다.
커촹반은 당국이 ‘중국판 나스닥’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육성하던 시장으로, 기술 스타트업의 요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등의 지침에 따라 상하이증권거래소가 상장 신청에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9년 커촹판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기업은 40억 위안(약 74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상당한 시장 잠재력과 기술력을 갖춘 제품이 있으면 상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새 기준이 적용된 뒤 상장을 위해서는 수익성, 업계 선두 업체와 동등한 수준의 기술력,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유무 등을 수백 페이지에 걸쳐 설명해야 한다.
이로 인해 대부분 스타트업이 상장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게 됐다. 상하이 소재 사모펀드 매니저로 있는 토머스 왕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커촹반 상장에 100점 만점에 65점 이상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최소 85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제가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조달 기회를 차단해 결과적으로 혁신을 방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즈우 홍콩대 금융학 교수는 “규제당국이 어떤 첨단 기술 회사를 상장시켜야 하는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8살짜리 아이에게 최고의 달 착륙 기술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것과 같다”며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